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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5일장의 3단 변신 녹두전

포천에서 만난 3단 변신의 마법

by 까칠한 한량

토요일 아침의 계획


토요일 아침, 오랜만에 시간이 났습니다.

이럴 때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집에서 뒹굴거리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입니다.

"아, 오늘이 9일이네."

포천 5일장 날입니다. 4일과 9일, 한 달에 딱 6번만 열리는 그 장 말입니다.

1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거리지만 망설임 없이 차에 올랐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곳에 제 인생 맛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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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과 함께 시작된 대기


포천에 도착해보니 벌써 길게 줄이 서 있습니다.

이런, 나만 알고 있는 곳이 아니었구나. 하긴 진짜 맛있는 건 다들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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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전을 위한 순서


먼저 호떡부터 먹었습니다. 여기 호떡도 특별합니다.

반죽을 만드는 방식부터가 다릅니다. 식어도 쫄깃하고,

우리나라 전통 호떡과 중국식 호떡의 절묘한 중간 지점을 찾아낸 맛이랄까요.

두 개만 먹었는데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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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를 걸으며 나한과도 샀습니다.

외국에서는 몽크 프루트라고 부르는 이 작은 열매가 설탕보다 200배나 단맛을 냅니다.

히비스커스와 함께 사서 집에서 특별한 차를 만들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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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녹두전의 성지


2~300미터나 되는 장터를 지나 드디어 도착한 곳.

이곳이 바로 제 인생 녹두전집입니다.

다른 어떤 녹두전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과 정성이 들어간 곳 말입니다.

광장시장 녹두전도 유명하고, 서울에도 맛있다는 곳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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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의 완벽한 변신


첫 번째 팬에서는 기름에 튀기듯 굽습니다.

기름이 팬의 3분의 1 정도 차 있어서 거의 튀김 수준입니다.

녹두전이 기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겉면이 바삭하게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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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팬에서는 기름을 살짝만 두르고 중불에서 진득하게 다시 굽습니다.

1차에서 겉을 바삭하게 만들었다면, 2차에서는 속까지 완전히 익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때부터 고소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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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팬에서는 기름이 거의 없습니다.

녹두전에 들어있는 기름을 완전히 빼고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3번에 걸쳐 조리된 녹두전은 기름기가 완전히 빠진 채 고소하고 담백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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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가족의 완벽한 하모니


이 모든 과정을 5명이 완벽한 분업으로 해냅니다.

한 분은 녹두를 갈아 야채와 함께 반죽을 만들고, 제일 나이 많은 여성분은 첫 번째 팬을 담당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서로 호흡이 완벽합니다. 정말 가족같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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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성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녹두전을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드는 곳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겉바속촉의 완성체


3번에 걸친 조리 과정을 거쳐 완성된 녹두전을 포장하고, 하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맛봅니다.

이것이 바로 겉바속촉의 완성체입니다.

겉은 정말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기 그지없습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녹두전이지만,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녹두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기름기는 완전히 빠져서 전혀 느끼하지 않습니다. 이런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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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주인공이 된 녹두전


전에도 녹두전을 사러 왔었습니다.

6장을 샀는데, "그깟 녹두전 사러 1시간 넘게 달려가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녹두전이 아닙니다. 제 인생 녹두전입니다.

이 맛과 정성을 알고 나면 다른 녹두전은 먹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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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 올 추석상에 올리려고 또 한번 다녀 올 예정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맛이 생각납니다.


3단계 조리법, 5명의 완벽한 팀워크,

그리고 그 결과물인 완벽한 녹두전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맛과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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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넘게 달려가면서까지 먹을 만한가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한 번 드셔보세요."


진짜 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거리 따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간도, 기름값도, 모든 게 다 아깝지 않습니다. 그냥 가야 합니다. 가서 먹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생 맛집의 힘입니다. 포천 녹두전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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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그 바삭한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거든요.

위치: 포천 5일장 (4일, 9일 장날)

"진짜 인생 맛집은 아무리 멀어도 찾아가게 됩니다. 포천 녹두전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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