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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발라주는 게장의 맛!!

밥 두 그릇도 모자란 그 맛. 게장 비빔밥 목포 장터식당

by 까칠한 한량


떠남의 설렘



국내 여행을 할 때면 일정이 빡빡하지 않는 한 저는 국도를 탑니다.

고속도로의 빠름보다는 창밖으로 스쳐가는 논밭과 야트막한 산들, 가끔씩 마주치는 마을 풍경과 한적하고 소담스러운 시골길을 가는 것도 여행의 큰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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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는 여행의 묘미


가서 무엇을 할까요? 관광지는 어디를 다녀올까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직 '무엇을 먹을까', '어떤 맛을 보게 될까'라는 생각만 하며 목적지로 달려갑니다.


국도를 따라 남하하며 간간이 보게 되는 좋은 경치와 휴게소에서 사 먹는 간식은 덤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풍경이 달라지는 게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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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더 넓어지고, 논이 더 푸르러지고, 사람들의 말투도 조금씩 정겨워집니다.

천천히 6시간을 달려 드디어 도착한 목포역.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첫 번째 만남, 카페에서의 여유


밥보다는 일단 커피가 땡겨서 역 근처를 어슬렁거렸습니다.

마침 눈에 띈 것이 일본 가옥을 리모델링한 카페입니다.

낡은 목조건물의 정취와 현대적인 카페 인테리어가 묘하게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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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밖을 내려다봅니다.

비가 내리는 목포의 거리가 운치 있습니다.

서울의 급박한 비와는 다르게 여유롭고 서정적입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여행의 첫 번째 휴식을 만끽합니다.

비가 그치자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목포 탐험이 시작입니다.



장터식당의 게살비빔밥, 그 특별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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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왔으면 꼭 먹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게살비빔밥입니다.

평일 점심인데도 30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드디어 차례가 와서 들어간 식당. 주문한 게살비빔밥이 나왔는데, 첫 인상이 독특했습니다.

맛있기도 하지만 특이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합니다. 보통 게장을 먹을 때면 비리고 양념이 손에 묻고 껍질 때문에 식당에서 주저주저하게 되는데, 여기는 양념된 속살만 깔끔하게 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게의 진한 맛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밥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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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을 싹싹 비벼먹었는데도 게장이 남았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를 한 번 보고, 게장 남은 것을 한 번 보고, 내 배를 한 번 보고... 결정했습니다. 장고 끝에 공기밥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게장을 편리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곳.

밥 두 그릇과 맛난 게살을 배 속에 때려넣고는 배를 보며 늘 후회하지만, 그래도 또 오게 되는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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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산책, 유달산과 해안도로


배가 부르니 소화가 필요했습니다.

유달산 주위를 달릴 수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바다 내음과 길가에 피어있는 꽃향기를 소화제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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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바다는 서해의 그것답게 잔잔하고 포근합니다.

멀리 보이는 섬들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 정상에 올라가니 목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빨간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쭉 걸으며 바닷바람을 맞습니다.

서울의 미세먼지와는 차원이 다른 맑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들어옵니다.

이런 게 진짜 힐링이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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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진짜 의미


여행에서 중요한 건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느냐인 것 같습니다.

전 계획표에 짜인 관광지를 도장 찍듯 다니는 게 아니라, 그 순간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이곳 저곳 자유로이 다니는 것입니다.



목포에서 만난 게살비빔밥의 맛, 바닷바람의 향기, 시장 상인들의 따뜻한 미소.

이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여행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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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그 지역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혀끝으로 느끼는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입니다.


목포의 또 다른 골목길들, 숨겨진 맛집들, 현지인들만 아는 그런 곳들을 찾아가는 길..

여행은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되어 그 순간순간이 새로운 발견의 연속입니다.


정터식당 전남 목포시 영산로40번길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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