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새한서점, 단양 미자네 냄비밥, 행복한 한 끼의 이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 국도의 풍경을 즐기며 문경을 거쳐 단양으로 향했습니다.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달래고, 무엇보다 그 집의 냄비밥이 그리워서였습니다.
문경에 도착해서야, 가려고 했던 세한서점이 작년에 불에 타면서 문화재 같은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남아있지 않은 그곳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예전에 방문해 찍어둔 사진 한 장을 꺼내보며 아련한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서울에서 문경과 단양, 안동까지 이어지는 국도는 그 자체로 여행의 묘미입니다.
천천히 달리며 굽이치는 강과 산, 시골 풍경을 즐기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잠시 쉬며,
맛있는 식당이나 카페를 발견하면 자연스레 들를 수 있습니다.
단양, 문경, 안동을 잇는 이 국도의 매력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여행 그 자체가 되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단양에 도착해 머무른 곳은 늘 찾는 단골 펜션. 소백산 국립공원 초입에 위치해 뷰가 끝내줍니다.
냇가에 발을 담그고,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고 나서 다음 날 점심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단양 구경시장 근처에 있는 미자네 냄비밥은 현지인들은 사랑하는 집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숨은 보석 같은 곳입니다.
이 집의 냄비밥은 주문과 동시에 화구에 올려 짓기 시작합니다.
전기밥솥이나 돌솥이 아니라, 직화로 직접 지은 밥은 찰기와 윤기가 살아있고,
한 알 한 알이 쫄깃하면서 부드럽게 풀어지는 진짜 냄비밥입니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냄비밥이 나왔습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보자, 수저는 이미 손을 떠나 입으로 향합니다.
칼칼한 겉절이, 제육볶음, 안동 고등어와 깻잎나물, 명태회와 뚱게무침까지. 호박새우젓무침,
노각무침, 낙지젓, 마늘짱아치까지. 쉬어 갈 틈이 없을 정도로 강렬한 반찬들이 기다립니다.
밥과 함께 나온 된장찌개는 한 수저 뜨면 공기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게 만드는 맛입니다.
마지막에는 누룽지와 겉절이로 마무리. 배는 이미 부른데, 맛있는 소리에 수저는 멈출 줄 모릅니다.
카페의 기본은 원두, 백반집의 기본은 쌀입니다.
단양 미자네의 냄비밥은 그 기본을 충실히 지킨, 그야말로 밥의 예술입니다.
좋은 쌀, 직화로 지은 밥, 정성스러운 반찬, 그리고 누룽지까지.
이 모든 것이 모여 서울에서부터 달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은 행복한 한 끼를 만들어냅니다.
서울에서 문경과 단양, 안동까지 이어지는 국도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길 위의 경험 그 자체입니다.
사라진 세한서점의 아련한 기억, 굽이치는 산과 강을 따라 달리는 길,
숨은 맛집에서 만나는 진짜 냄비밥까지. 그 모든 순간이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맛집의 진정한 의미는 음식 자체뿐 아니라, 그 음식을 위해 흘린 시간과 기대감,
그리고 함께한 순간에도 있음을 다시 느낍니다.
조만간 추워지기 전, 다시 국도를 따라 달려 냄비밥과 아련한 기억의 한 수저를 떠먹고 올 생각입니다.
단양 시장 근처 미자네 냄비밥은 제 냄비밥집 넘버원입니다.
미자네식당 충북 단양군 단양읍 별곡9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