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만나 손 칼국수 잃어버린 맛, 그리고 기적 같은 재회
2023년 12월 30일, 서울 3대 칼국수라 불리던 저의 최애 맛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더 이상 그 놀라운 겉절이를, 그 완벽한 육수를 맛볼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여러곳을 다니며 만나 손 칼국수와 같은 맛을 내는 집을 찾아 다녔지만
3박자가 다 맞는 집은 찾을 수 없었지요.
그런데 1년여가 지나, 충무로 동국대 후문 근처,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 손 칼국수가 다시 문을 연 것입니다.
바로 달려갔습니다.
어제 오픈이라 아직 정리가 덜 된 듯한 모습이었지만,
벌써부터 물어 물어 찾아온 단골손님들이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칼국수를 주문하고 바로 밥통앞으로 달려가 밥 한공기와 겉절이를 원하는 만큼 가지고 옵니다....
밥과 겉절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고 칼국수 양도 어마 어마 합니다.
젓갈이 들어간 양념이 만들어내는 깊고 복합적인 감칠맛.
달지 않으면서도 오묘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이 걸작은 사진으로만 봐도 미각을 자극합니다. 이 예술적인 겉절이 위에 따뜻한 밥 한 수저를 올려 먹는 순간의 황홀함은 언어로 표현하기 부족합니다.
겉절이는 전국 최고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집이 서울 정상급 반열에 올라있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접 반죽해서 정성스럽게 숙성시킨 면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멸치향과 버섯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육수는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그 유명한 겉절이를 올려 먹으면, 입 안에서 펼쳐지는 조화로운 풍미는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입니다.
보통 다른 집들은 한 가지 강점이 있으면 다른 부분에서 아쉬움이 생기곤 합니다.
겉절이가 훌륭하면 육수가 평범하고, 칼국수가 뛰어나면 겉절이가 아쉽곤 하죠.
하지만 만나 손 칼국수는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보기 드문 집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한,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그런 특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집 사장님은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할 만큼 식재료와 맛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분입니다.
콩국수를 만들기 위해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콩껍질을 하나하나 손수 까시는 그 장인의 자세.
이런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오늘의 탁월한 맛을 완성시키는 핵심 요소인 것 같습니다.
반쯤 먹고 나서 양념장을 넣어 먹으면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칼국수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의 그릇으로 두 가지 완전히 다른 미식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이것 또한 이 집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입니다.
5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이미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이사 온 초기에는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아 한적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모습입니다.
콩국수는 이미 품절이었고, 아쉽게도 칼국수만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푸짐했던 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경험.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환상적인 조합의 기억이 입 안에서 다시금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뭐 하나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것은 사장님의 손을 거쳐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선, 하나의 완성된 미식 경험이자 위안이 되는 맛입니다.
1년간의 애타는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이 소중한 맛.
서울 3대 칼국수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충무로에서 만나는 이 작은 기적 같은 명가를, 모든 미식가들에게 자신 있게 권합니다.
만나 손 칼국수 서울 중구 서애로1길 11 충무로 헤센 스마트 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