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소문난 식당, 고등어 김치찜 앞에서 무너진 의지
다이어트는 늘 ‘내일부터’ 시작입니다.
그 말은 곧, 오늘은 마음껏 먹겠다는 선언이기도 하지요.
일요일 오후 두 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 마음먹었지만,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발걸음은 이미 문래동으로 향했습니다.
2년 사이 60kg 초반에서 79kg까지 치솟았던 몸무게는 현재 70kg 중반.
노력도 했지만, 결국 맛있는 것 앞에서 의지는 번번이 무너졌습니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집은 메뉴가 단 하나, 고등어 김치찜. 오후 네 시까지만 영업합니다.
상에는 겉절이, 된장국, 누룽지가 기본으로 깔립니다.
겉절이는 갓 무쳐 아삭하고, 된장국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건 단연 김치 속에 묻혀 있는 고등어입니다.
젓가락만 대도 살이 촉촉하게 풀리며 묵은지의 양념을 고스란히 머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집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문난 식당이라는 간판처럼, 이미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입소문으로만 전해 내려온 집입니다. 화려한 간판도, SNS용 인테리어도 없습니다. 그저 오래된 식당 특유의 무심한 분위기와 연륜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이 되면 줄이 길게 늘어서고, 단골들은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오늘도 그 메뉴를 주문합니다.
사람들이 이 집을 찾는 건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안심할 수 있는 한 끼를 먹으러 오는 겁니다.
늘 똑같은 맛, 늘 변함없는 양, 늘 같은 가격.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믿음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김치를 길게 찢어 고등어 살 위에 얹고, 흰 쌀밥 위에 올려 한입 넣는 순간—공기밥은 금세 바닥이 납니다.
결국 누룽지나 밥을 한번 더 리필하며 김치와 고등어를 다시 올려 먹게 됩니다.
튀어 나오는 배를 부여잡고 나오는 것이 이 집의 오래된 전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격은 2인분 22,000원. 큼직한 고등어, 잘 익은 묵은지, 따끈한 밥과 구수한 누룽지까지 더해지면
가격 이상의 만족이 보장됩니다. 반찬은 단출하지만, 메인 앞에서는 손이 갈 새도 없습니다.
예전 글에서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장사의 본질은 손님이 낸 돈보다 더 후하게 먹었다는 기분을 안기는 것.”
여기에 추억이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맛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 집이 바로 그렇습니다.
고등어 김치찜 한 숟갈마다
어린 시절 식탁 위의 묵은지 맛이 겹치고, 된장국 한 모금에는 시골 어머니의 손맛이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굳이 문래동까지 찾아옵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위로와 정겨움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밥 위에 김치와 고등어를 올려 먹으면, 모든 것이 단순해집니다.
마지막 누룽지까지 비워내는 순간, 어떤 밥상도 부럽지 않습니다.
늘 이래서 맛나것을 찾아 다니는 저에게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그 내일은 언제나 오늘보다 하루 더 뒤에 있습니다.
소문난 식당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