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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천변에서 찾은 작은 사치

서울 최고의 육계장 맛집. 샘터마루

by 까칠한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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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탑 샘터마루에서 만난, 만 원짜리 여유


빗소리가 천변을 두드리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우산 없이 걷기엔 조금 거칠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그런 비.


차를 몰로 가, 4.19탑 인근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뜬금없는 작은 식당이 나타납니다.

그곳에서 저는 오늘도, 한 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맛보려합니다.


천천히, 깊게


서울에서 육개장 맛집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 샘터마루.

골목 안쪽 깊숙이 자리한 이곳은, 찾아가는 과정마저 하나의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망원동, 수유리, 논현동, 삼각지. 유명하다는 육개장 집은 많이 가보았지만

까칠한 입맛을 가진 한량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곳을 더 찾아 헤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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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육장, 문배동 육칼, 논현동 육개옥


그리고 결국 이곳, 4.19탑 골목 안 샘터마루에서 멈췄습니다.

여기가 늘 최고였습니다.


밖 베란다 쪽에 앉으면 축축히 내리는 빗소리가 들립니다.

맑은 물이 천변을 따라 흐르고, 그 앞에서 뜨거운 육개장 한 그릇을 마주합니다.

서울에서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드문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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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육개장 한 그릇. 만 원을 조금 넘는 가격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었습니다.

들깨 향이 가득한 국물 속에서 넉넉한 곱창과 양지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푹 끓여낸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혀를 적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한가득 올라간 파와 고사리가 매 숟가락마다 새로운 식감을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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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육개장은 더 놀라웠습니다. 8,000원.

이 가격에 이런 깊이의 육수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가성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건 그냥 '정성'이었습니다.


밥 한 술, 마음 한 숟


밥을 말아 넣고, 고개를 숙여 한 숟가락 떠먹습니다.

뜨거운 국물이 입안을 채우고, 곱창의 쫄깃함과 양지의 부드러움이 교차하는 순간. 창밖으로는 빗줄기가 천변을 따라 흐르고, 저는 그저 이 그릇에만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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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운치란 이런 게 아닐까요.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 뜨거운 육개장 한 그릇 앞에서, 저는 왜 우리가 이렇게 먹는 것에 마음을 쓰는지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먹는다는 건 위로이고,

쉼이고, 때로는 삶을 지탱하는 작은 의식.


가치를 묻다


비 오는 날 천변에 앉아, 한 끼 식사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만 원? 아니, 그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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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일품, 경치도 일품, 분위기도 일품.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까지 일품인 이곳에서, 저는 오늘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여유를 얻고 갑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공간, 그리고 나를 위한 따뜻한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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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당신도 이곳에서 작은 사치를 누려보시길.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가격표를 잊어도 좋습니다.



샘터마루 서울 강북구 4.19로12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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