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가 아니라 추억으로 채워지는 인생 맛집. 산으로 간 고등어.
식당 이름부터 묘했습니다.
고등어가 왜 산으로 갔는지, 그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집이 제 인생에서 단순한 밥집이 아닌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월요일 정오, 익숙한 입구 앞에서 번호표를 뽑습니다.
오늘은 대기 84번.
예전에는 오전에만 오면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손님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9년 전 처음 발을 들였을 땐 이 기다림이 많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기대하며 기다리는 기다림마저도 맛을 이루는 한 부분이라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아버지 역시, 모시고 처음 방문한 날, 아버지는 기다림에 많이 불편해 하셨습니다.
"이게 뭐라고 한 시간씩이나...."며 기다리는 내내 불편한 표정을 지으셨지요.
그러다 된장국, 총각김치 한 젓가락, 잡채 한 입을 드신 뒤, 그 얼굴이 순식간에 풀리셨습니다.
"아, 이거 맛있긴 하다."
그 한마디 이후, 기다림도 기꺼이 인내하시면서 아버지는 단골이 되셨습니다.
저와 함께 오시기도 했고, 때로는 친구분들과도 다녀가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된장국하고 잡채는 용인이지"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가 없는 자리에 혼자 앉아 국을 뜨며, 그날의 표정과 목소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아버지가 제게 남겨주신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인데, 이 집은 이상하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총각김치의 아삭함, 된장국의 깊은 맛, 뜨거운 김이 오르는 잡채의 담백함.
9년 동안 언제 가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으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 앞에 사람은 마음을 놓게 됩니다.
그 꾸준함 속에서 믿음을 배우고, 기다림을 견딜 이유를 찾게 되지요.
아버지가 떠나신 후에도 저는 여전히 그곳을 찾습니다.
기다림 끝에 받아든 한끼에서 단순한 배부름이 아니라, 삶의 단면을 맛보곤 합니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요.
그래서 저는 이 집을 제 인생 맛 집이라 부릅니다.
맛 때문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경험한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어가 왜 산으로 갔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그 질문을 떠올리며 함께 나눴던 시간들입니다.
오늘도 번호표를 손에 쥐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다림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된다는 것을요.
산으로간고등어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로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