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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맛집은 시장 안에 숨어 있었다 2탄

홍은동 시장 골목, 숨은 고수의 밥상...

by 까칠한 한량



첫 발견과 그 이후의 수많은 재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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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홍은동, 인왕시장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걷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포장마차촌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과연 여기가 맞을까 싶은 곳에 작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외관만 보면 그저 평범한 동네 식당 같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껴집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네요. 그 이후로 이 집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몸이 으스스하고 기운이 없을 때면 생대구탕이 생각나고, 뭔가 칼칼하고 매콤한 맛이 그리울 때면 갈치조림이 떠오릅니다. 시원한 김치찌개가 당길 때도 있고, 고소한 생선구이가 먹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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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기분마다, 몸의 상태에 따라 이곳에서 다른 메뉴를 선택하며 지낸 시간들. 어느새 이 집은 저에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든든한 곳'이 되었습니다.



반찬부터 시작되는 감동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반찬들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반찬들은 그저 '반찬'이 아닙니다. 하나하나가 주연급입니다.

생두부 위에 올린 부추무침 한 젓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왜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됩니다.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하며, 부추는 아삭하면서도 향긋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밥 반 공기는 금세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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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는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찬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상큼합니다. 도라지무침은 도라지 고유의 향이 가득하면서도 새콤달콤해서,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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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갈치조림입니다.

처음엔 갈치조림 먹을땐 따로 가는 집이 있어 망설였지만, 사장님의 권유로 한 입 맛보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갈치의 큰 조각 네 개와 함께 무와 감자가 넉넉하게 들어있고, 양념의 깊은 맛이 혀끝을 감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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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의 큰 조각 네 개와 함께 무와 감자가 넉넉하게 들어있고, 양념의 깊은 맛이 혀끝을 감쌉니다.

갈치는 살이 실하면서도 부드럽고, 무는 양념이 잘 배어 달큰하며,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국물 한 국자를 퍼내어 밥 위에 올려 감자와 함께 먹으면, 자동으로 밥 한 공기가 추가로 필요해집니다.

떨어져가는 갈치조림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마지막 한 점까지 아껴 먹게 되는 그런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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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함이 당길 때, 김치찌개



또 어떤 날에는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찌개가 당길 때가 있습니다.

이곳의 김치찌개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깊은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묵은지와 돼지고기의 조화가 완벽합니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신맛과 단맛의 균형이 절묘하고, 돼지고기는 싱싱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이런 김치찌개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양도 푸짐해서 든든함까지 더해집니다. 뜨끈한 김치찌개 한 그릇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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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구이, 예상을 뛰어넘는 크기와 맛


임연수구이가 나오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일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크기가 아닙니다. 이 생선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크고 실합니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져 있으면서도 속은 촉촉합니다. 숯향은 없지만 오히려 정갈한 불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없고, 오직 고소하고 담백한 맛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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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한 점 뜯어먹으며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임연수를 이 가격에 이 크기로 내어주다니, 정말 양심적인 집입니다.



몸이 으스스할 때, 시그니쳐 생대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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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이 으스스하게 춥고 기운이 없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곳의 생대구탕입니다. 뜨끈뜨끈 끓어오르는 탕이 나오면, 이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서 몸과 마음을 달래줍니다.

미나리가 잔뜩 얹어진 탕 안에는 생대구와 알, 그리고 내장이 풍성하게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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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으면,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생대구 살은 부드럽기 그지없어서,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정도로 연하면서도 생선 특유의 단맛이 입안에 가득 퍼집니다.


미나리와 생대구, 그리고 내장까지 국물에 밥을 비벼 먹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면 몸이 따뜻해지면서 기운이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호남의 정취가 담긴 손맛


이 집 음식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반찬에 젓갈을 많이 사용하셔서 감칠맛과 풍미가 좋고, 매운탕도 고추가루와 된장으로 국물을 내셔서 더욱 시원하고 맛이 풍부합니다.

호남 지역의 손맛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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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하나하나에서 오랜 경험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정성이 있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있습니다. 이런 음식을 만들려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시장 안 숨은 진주


홍은동 인왕시장,

포장마차촌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이곳.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맛으로는 최고인 집입니다. 바로 이런 곳들이 진짜 맛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되거나,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곳. 한 번 가면 단골이 되고, 생각날 때마다 찾게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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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대구탕은 그런 집입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김치찌개와 임연수구이는 기대를 뛰어넘으며,

생대구탕은 이 집만의 특별한 맛을 선사합니다.


진짜 맛집은 조용히 숨어 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며 생각합니다. 진짜 맛집은 이렇게 조용히 숨어 있구나. 화려한 마케팅이나 트렌디한 인테리어 없이도, 오직 음식의 맛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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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 작은 골목,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맛을 지켜가는 사장님들.

그분들 덕분에 난 이런 특별한 맛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일대구탕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배는 든든하고 마음은 따뜻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전국구 맛집은 정말 시장 안에 숨어 있었구나.



원일대구탕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길 18 인왕시장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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