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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ycanada Oct 26. 2020

프롤로그

헤매는 여행 


 책 편식이 심한 편이다. 맘에 드는 책은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반면에 어떤 책들은 새것인 상태로 몇년 째 방한켠에서 먼지를 먹고있다. 교보문고에도 늘 가는 칸이 정해져있고, 책방에서도 손이 먼저가는 책들이 있다. 표지 사진에서부터 이야기가 묻어나는 '여행 에세이'들. 여행에세이를 읽다보면 순탄하기만한 여정이 없다. 한 번쯤이라도 뭔가를 잃어버리고,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가끔은 비행기를 놓치고, 차가 퍼지고, 길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여행의 진짜 이야기는 그런 어긋난 곳에서 부터 출발한다. 헤매는 길목에서 다정한 누군가를 만나기도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면서.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에세이는 보물을 발견하는 과정같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목적지로 가기 까지의 여정에는 하나같이 성장이 있으니까. 물론 성장통도 있고. 좋은 일만 가득했던 헤맴이 없던 여행이 기억에 거의 남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지지리 운도 없다. 어딜 가면 휴무일인건 기본에 스스로를 비의 요정이라고 칭할 만큼 여행 내내 비가 온 적도 많다. 방향감각이라고는 눈을 부릅떠 찾아봐도 없고, 공간지각능력은 개나 줘버린 나같은 사람은 그래서 늘 이야기거리가 많다. 그래서 당신이 읽을 이 여행기에는 그다지 예쁜 구석이 없다. 군데 군데 모자라고, 아찔하기도 하며 '아이고 어떡해'같은 걱정스러운 일도 많다. 그래도 장담하겠다. 필자의 시선으로 본 세계가 참 아름답다는 것을. 그러니 부디 예쁜 문장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읽어주기를,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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