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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ycanada Sep 11. 2020

(캄보디아) 가짜 마음

톤레삽 호수 그리고 캄퐁 플럭 수상마을 


미술관에서 나와 요가를 강의를 무료로 해준다는 카페를 향해 걷고 있는데 십분 째 툭툭 기사가 나를 따라온다. 사진을 잔뜩 보여주면서 여기에 싼 가격으로 가게 해준다고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안타깝게도 영어를 꽤 잘하신다. 묘하게 설득된다. 


 억지로 하는 요가보다는 툭툭 드라이브나 하자는 심산으로 가격을 맞추고 출발했다. 향하는 곳은 씨엠립 도시에서 꽤 떨어진 곳, 수상마을이라고 알려진 캄퐁 플럭 마을이다. 도시의 끝을 벗어나니, 촘촘했던 건물들이 느슨하게 놓여 있다. 창문 없는 툭툭이로 바람이 분다.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질 듯 들썩거리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바람이다. 한참을 가다가 툭툭 기사가 잠시 멈춰서 땅에 떨어져 진흙으로 뒤덮인 화폐 한 장을 내게 내민다. 


“요즘 아주 골칫거리인 가짜 화폐예요. 아가씨 같은 관광객들 대상으로 사기가 판치니까, 조심해요. 이거 가지고 있다가 진짜 화폐랑 비교해봐요.” 


 아저씨가 건네준 화폐와 진짜 화폐를 꺼내 비교해보니 까자 화폐의 질감이나, 어색함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만, 외국인인 내가 언뜻 보면 속아 넘어갈 정도다. 아저씨가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지폐의 세계도 가짜가 판치는 걸 보니, 씁쓸하다. 


 중간중간 내려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원래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특히나 모르는 사람이 찍어주는 사진은 더 그렇다. 입만 대충 웃는 그 표정에서 어색함이 느껴진다. 한사코 괜찮다고 말려봐도, 아저씨는 여기가 배경이 좋다며 무릎까지 구부리시면서 내 사진을 찍어주신다. 푸르고 넓은 농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캄보디아 국기를 잡고 한 장, 해먹인지 뭔지 모르는 곳에 앉아한 장. 사진기로 보는 내 사진은 봐줄 만한 것이 한 개도 없다. 어쩜 이렇게 어색한지. 그래도 아저씨의 성의에 차마 지우지는 못한다.

 



 톤레삽 호수에 도착했다.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같은 청량함과 웅장함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사진을 찍을 마음조차 나지 않는 비주얼. 호수인지 흙탕물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사람들이 씻고, 먹고, 싸고 그래요.”


 그 삶의 터전 위로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이 지나간다. 생활의 찌든 때가 깃든 물과 참 대비되는 화려함이다. 땅에서 밀려나, 호수에 자리를 잡고 사는 집들이 보인다. 배가 지나가니 물결이 인다. 본래 땅에 발을 놓고 살게 만들어진 사람들이 물결처럼 흔들리는 곳에서 매일을 산다는 것은 어떨지 궁금하다. 불안할까 아니면 홀가분할까. 

 집마다 빨랫감을 널어놓은 모습도 보이고, 두리번거리는 나와 눈을 마주치곤 손을 흔들어 주는 아주머니들도 더러 있다. 아직 어린 티도 벗지 못한 아이들은 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물속에서도 배 위에서도. NGO 단체들이 들어와서 지은 학교도 보인다. 더 둘러보니 유치원도 심지어는 성당도 있다. 여기서 씻고 먹고 싼다는 가이드 아저씨의 말이 실감 난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있는 것이 다 있다. 가난, 종교, 배움, 불균형 그리고 그걸 관망하는 관광객. 꿈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사람이 사는 곳이니. 


출처: 구글




 구경을 마치고 그만 돌아가겠다는 나의 말에도 아저씨는 시동을 걸지 않는다. 그리곤 이내 느껴지는 싸함. 


“내가 아까 제시했던 금액은, 여기까지 오는 편도 금액이었어요. 다시 도시로 가려면 온 만큼 금액을 더 내야 해요. 낼 거죠?”


 기가 막힌다. 출발 전 분명히 모든 것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딴소리라니. 돈을 안 낸다고 하면 대중교통 하나 없는 곳에 덩그러니 남겨질 걸 빤히 알고 하는 말이다. 그간 나에게 보여주었던 친절함이 스쳐 지나가며, 괜히 더 괘씸하다. 결국 그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줬다. 나에겐 엄청나게 큰 금액이 아니라 돈을 빼앗겼다는 것보다는 나와 반나절을 함께 했던 기사 아저씨가 보여준 이중성에 마음이 상한다. 캄보디아엔 가짜 화폐뿐만 아니라 가짜 마음도 판을 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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