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다시 와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요가 학원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다시 온 인도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좀 더 현지인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는 생각의 첫실천이 요가를 배우는 일이었다.
대여섯 군데 발품을 판 끝에동네 가까운 곳에 가격도 적당하고, 공간도 마음에 들고, 강사도 괜찮은 곳에운이 좋게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 처음 방문했던 날, 연륜이 느껴지는, 그 연륜만큼 나이도 제법 있어 보이는 여자 강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확실히 건강해 보였고, 목소리에도 힘이 느껴졌다.
빈자리가 없다고했지만 다녀 본 어느 곳보다 그곳이 마음에 들어서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연락처를 남긴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아침 일찍도 괜찮은지 물어 왔다. 그래서 시작한 요가이다.
여자들만 오는 곳이고, 불임이나 여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이라는 것을 SNS 후기를 읽어서알고는있었지만 그 요가 강사, 자꾸 내 나이에 신경을 쓰는 느낌을 받았다. 얼핏 봐도 2,30대가 대부분인 수강생들 사이에 외국인 50대 수강생이 꽤나 신경이 쓰이는 듯 보였다.
처음 몇 주 동안에 요가 강사에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슬로우리! 젠틀리! 유 아 피프티파이브!"였다.
2,30대 사이의 50대는 나이가 많은,특별한수강생이었다.
평균수명이 60대 후반인 인도에서 50대 중반은 꽤 많은 나이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했다.그렇더라도 아무리 초보라지만 자기와 비슷한 나이일 나에게 너무 과한 염려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요가 선생님은 늘 내 나이를 언급하며 내 근육과 관절의 안녕을 살폈다. 처음엔 고마웠는데 너무 잦은 관심이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요가를 오래 한 본인과 내 몸 상태는 물론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자기보다 한참 어른을 대하듯이 저럴 일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외모는 나보다 언니가 나를 더 어른취급하는 것같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인도 사람들의 나이가 잘 가늠이 되지 않아서 대하기가 불편할 때가 있다. 요가 선생님 대할 때가 그랬다.
인도사람들은 실제나이보다 대게 열 살은 많아 보인다. 남자들은 수염 때문인 것 같고, 여자들은 헤어스타일과 패션, 그리고 화장을 안 한 어두운 피부톤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요가 선생님도 외모는 5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흔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쉰다섯 살이 처음 요가를 배운다고 했으니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겠다 싶기도 했다.
쉰다섯에 처음 시작한 요가이지만, 타밀 억양이 강해서 듣기가 쉽지 않은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이지만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을 했고, 힘들지 않게 수업도 따라갔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의 '슬로우리, 젠트리, 피프티 파이브'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되었다.
한 달이 지나는 어느 날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요가학원에 도착한 날이었다. 요가 선생님이 유달리 젊어 보이는 날이었다. 늘 짙은 회색 면트레이닝바지나 어두운 색 면티를 입고 있던 그녀가 노란색 밝은 티셔츠를 입고, 안경도 벗고, 항상 묶고 있던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막 다시 머리를 묶으려던 참에 내가 그녀를 본 것이었다.
'도대체 저 선생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지?'궁금증이 유독 심하게 생기던 그날, BTS팬이라는 이유로 사우스코리아에서 온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아가씨에게 물어봤다. 자기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마흔다섯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내 예상대로였다. 50대로 보이는 40대였다. 나이를 알고 났더니, 나를 대하는 요가 선생님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열 살 더 많은 나를 그렇게 어른 대하듯 하나 의아했다.
그런데 아무리 인도 아줌마라는 걸 감안하고 봐도 도무지 40대로는 안 보이는 얼굴과 스타일과 목소리였다.
나이를 알아야만 사람 대하기가 편한 나는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지라 그냥 본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실례지만 나이를 물어봐도 될까요?"
내 귀 가까이에작게돌아온대답은 "아이 엠 피프티 원"이었다.생각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나이보다 많이 젊어 보인다. 요가 선생님들은 젊어 보인다고 들어서 당신 나이가 궁금했다"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현지인들 속에서 좀 더 가깝게 그들과 지내고 싶었던 나는 요가 강사의 나이가 너무 궁금했다. 나이부터 알아야 인간관계 시작이 편한,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요가 선생님의 나이를 알고 났더니 속이 후련했다.
그나저나 그 선생님,겨우 네댓 살 더 많은 나를 뭘 그리어른 취급하는지모르겠다. 자기나 나나 인도에서는 어차피 나이 든 사람취급을 받을 같은 50대인데.
그런데 나이를 괜히 물어본 것 같다. 40대로 알 때는 편하더니 나와 별 차이가 없다는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괜히 더 어색하다. 자꾸 나를 한참 어른 대하듯이 하는 그녀의 말투와 행동이 불편하기만 하다. 겨우 5년이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