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Oct 28. 2023

요가 선생님의 나이가 궁금했다.

인도에 다시 와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요가 학원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다시 온 인도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좀 더 현지인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는 생각의 첫 실천이 요가를 배우는 이었다.

대여섯 군데 발품을 판 끝에 동네 가까운 곳에 가격도 적당하고, 공간도 마음에 들고, 강사도 괜찮은 곳에 운이 좋게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 처음 방문했던 날, 연륜이 느껴지는, 그 연륜만큼 나이도 제법 어 보이는 여자 강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확실히 건강해 보였고, 목소리에도 힘이 느껴졌다.

빈자리가 없다고 했지만 다녀 본 어느 곳보다 그곳이 마음에 들어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연락처를 남긴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아침 일찍도 괜찮은지 물어 다. 그래서 시작한 요가이다.


여자들만 오는 곳이고, 불임이나 여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이라는 것을 SNS 후기를 읽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 요가 강사, 자꾸 내 나이에 신경을 쓰는 느낌을 받았다. 얼핏 봐도 2,30대가 대부분인 수강생들 사이에 외국인 50대 수강생이 꽤나 신경이 쓰이는 듯 보였다.


처음  주 동안에 요가 강사에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슬로우리! 젠틀리! 유 아 피프티 파이브!"였다.

2,30대 사이의 50대는 나이가 많은, 특별한 수강생이었다.

평균수명이 60대 반인 인도에서 50대 중반은 꽤 많은 나이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초보라지만 자기와 비슷한 나이일 나에게 너무 과한 염려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요가 선생님은 늘 내 나이를 언급하며 내 근육과 관절의 안녕을 살폈다. 처음엔 고마웠는데 너무 잦은 관심이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요가를 오래 한 본인과 내 몸 상태는 물론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자기보다 한참 어른을 대하듯이 저럴 일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외모는 나보다 언니가 나를 더 어른취급하는 것같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인도 사람들의 나이가 잘 가늠이 되지 않아서 대하기가 불편할 때가 있다. 요가 선생님 대할 때가 그랬다.

인도사람들은 실제나이보다 대게 열 살은 많아 보인다. 남자들은 수염 때문인 것 같고, 여자들은 헤어스타일과 패션, 그리고 화장을 안 한 어두운 피부톤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요가 선생님도 외모는 5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흔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쉰다섯 살이 처음 요가를 배운다고 했으니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겠다 싶기도 했다.


쉰다섯에 처음 시작한 요가이지만, 타밀 억양이 강해서 듣기가 쉽지 않은 영어로 가르치는 수업이지만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을 했고, 힘들지 않게 수업도 따라갔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의 '슬로우리, 젠트리, 피프티 파이브'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되었다.


한 달이 지나는 어느 날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요가학원에 도착한 날이었다. 요가 선생님이 유달리 젊어 보이는 날이었다. 늘 짙은 회색 면트레이닝바지나 어두운 색 면티를 입고 있던 그녀가 노란색 밝은 티셔츠를 입고, 안경도 벗고, 항상 묶고 있던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막 다시 머리를 묶으려던 참에 내가 그녀를 본 것이었다.


'도대체 저 선생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지?'궁금증이 유독 심하게 생기던 그날, BTS팬이라는 이유로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아가씨에게 물어봤다. 자기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마흔다섯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내 예상대로였다. 50대로 보이는 40대였다. 나이를 알고 났더니, 나를 대하는 요가 선생님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열 살 더 많은 나를 그렇게 어른 대하 하나 의아했다.


그런데 아무리 인도 아줌마라는 걸 감안하고 봐도 도무지 40대로는 안 보이는 얼굴과 스타일과 목소리였다.

나이를 알아야만 사람 대하기가 편한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지라 그냥 본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실례지만 나이를 물어봐도 될까요?"

내 귀 가까이에 작게 돌아온 대답은 "아이 엠 피프티 원"이었다. 생각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나이보다 많이 젊어 보인다. 요가 선생님들은 젊어 보인다고 들어서 당신 나이가 궁금했다"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현지인들 속에서 좀 더 가깝게 그들과 지내고 싶었던 나는 요가 강사의 나이가 너무 궁금했다. 나이부터 알아야 인간관계 시작이 편한,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요가 선생님의 나이를 알고 났더니 속이 후련했다.

그나저나 그 선생님, 겨우 네댓 많은 나를 뭘 그리 어른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나 나나 인도에서는 어차피 나이 든 사람 취급을 받을 같은 50대인데.


그런데 나이를 괜히 물어본 것 같다. 40대로 알 때는 편하더니 나와 별 차이가 없다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괜히 더 어색하다. 자꾸 나를 한참 어른 대하듯이 하는 그녀의 말투와 행동이 불편하기만 하다. 겨우 5년이 뭐라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