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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Nov 25. 2023

매일 아침 6시 50분에 만나는 인도 골목길 사람들



두 달 가까이 같은 시간, 같은 골목길을 걷는다. 주말 이틀을 제하면 주일에 닷새는 반복하는 일상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 50분부터 5분여, 내가 걷는 그 길은 어린 시절 뛰어놀던 우리 동네 골목길 같기도 하고, 여름방학 때면 가던 시골 외갓집 동네 같기도 하다.


출근하는 남편차를 기왕에 얻어 타고 는 것이라 골목 안 요가학원 앞까지 들어가도 되지만 정겨운 골목길 걷는 그 시간이 좋아서, 그 풍경과 냄새와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소와 닭과 개와 동네 사람들이 괜히 반가워서 부러 대로변에 내려서 걷고 있다.



골목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릭샤 기사와 강아지 산책 중인 아저씨, 마을 초입의 힌두교 템플을 청소하는 아줌마와 그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 무엇을 위한 기도인지 알 것 같은 출근길에 기도하는 여자, 통학길의 교복 입은 풋풋한 학생들,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바쁘게 출근하는 어른들, 검은색 대형 물탱크에서 원색의 플라스틱 물통에 물을 받아가는 남자들, 구멍가게 손님들의 뒷모습, 우는 아가를 달래며 사랑 가득 눈빛으로 손수 만든 천 해먹을 흔드는 할머니, 풀을 뜯으며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송아지를 대문간에 묶어놓는 할아버지와 대문 밖 물청소를 하고 쌀가루로 하얗게 랑골리를 그리는 그 집의 며느리.



거의 매일 같은 시간, 한국의 대도시에서 온, 인도에서도 여전히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한국 아줌마의 눈에는 정겹기 그지없는 골목길 풍경과 냄새와 소리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과 때로는 눈인사로, 때로는 목례로, 가끔은 '굿모닝'이라 말하며 기분 좋게 아침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요가학원 대문 앞에 도착하게 된다.

가끔 보게 되는 우유배달부와 인사를 하고 있으면 요가학원에 도착을 해서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요가 수강생 아가씨와 새댁들을 마주하게 된다.



남편 차에서 내려서 5분, 매일 아침 요가학원 가는 길에 마주하게 되는 인도사람들이다.


인도 첸나이 우리 아파트 건너편의 주택가 골목길은 색색깔 집들의 풍경도 예쁘고, 닭울음소리, 까마귀 소리가 정겹고, 골목을 헤매는 소들과 개들이 반갑고, 커리냄새와 튀김냄새의 밥 짓는 인도 냄새가 맛있고, 거의 매일 만나는 골목길 사람들이 더없이 정답다.


그 골목의 유일한 외국인인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던 그들도 두 달 동안 매일 보는 내가 이제는 익숙해진 듯하다. 곁눈이 아니라 반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먼저 인사도 한다.


아파트에서 살고, 항상 자동차로만 움직이고, 깨끗하고 현대적인 쇼핑몰이나 식당만 주로 가게 되는 나의 인도 생활에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아침마다 만나는 주택가 골목길의 인도 사람들 덕분에 인도를 좀 더 가까이 경험하게 된다. 아파트 주민들과는 다른 색깔의 인도를 경험하게 된다.


그 골목길을 걷는 것 만으로, 그들을 스치듯이 보는 것 만으로 내가 살고 있는 나라, 살고 있는 도시, 살고 있는 동네가 더 좋아지는 이유가 된다. 따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상기되는 까닭이리라.


아침 6시 50분, 여전히 나는 걷는다. 한국에서 산, 인도에는 없는 디자인의 요가복을 입고, 휴대폰만 든 작은 크로스 가방을 메고, 둘둘만 요가매트를 어깨에 걸고,  밤사이 비가 와서 질퍽해진 골목길을 소똥과 개똥을 피해 가며 즐겁게 걷는다.



그 골목길 초입에는 오토릭샤에 빼곡히 앉은 교복 입은 어린이들이 보이고, 도시락 가방을 들고 부지런히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아줌마가 보이고,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일터로 향하는 아저씨가 보인다.

짧게 치마를 걷어올리고 대문 앞에 서서 풀을 뜯고 돌아오는 송아지를 기다리는 요가학원 옆집 할아버지가 멀리 보이고, 랑골리를 그리는 아줌마가 보이고, 구멍가게 앞을 비질하는 아줌마와 물탱크에서 물을 받아 가는 아저씨가 보인다.



요가학원까지 걸어가는 길지 않은 골목길에서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을 나는 매일 만난다. 외국인인 내 눈에는 그 모습들이 마치 인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날마다 반복적으로 보는 것만 같다. 장소도 출연자도 항상 같지만 절대 지루하거나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영화 같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는 내 첫발은 TV 리모컨 버튼이 되고, 그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내가 매일 반복적으로 같은 시간에 보는 OTT 다큐멘터리의 출연자가 된다.

생생한 3D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훈훈해지는 생동감 있는 영화를, 5분짜리 짧은 영화를 나는 매일 아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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