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Dec 02. 2023

한국사람처럼 생긴 인도사람도 있어요.


내가 살고 있는 인도인구수 세계 1위, 국토 면적 세계 7위, 사람도 많고 땅도 넓은 나라이다. 2023년에 인구수가 중국을 추월해서 14억 명이 넘었다하고, 28개 주와 8개의 연방 직할시가 있는 거대 나라이다.


이 넓은 땅의 남동쪽 끝, 인도양 벵골만에 접한 타밀나두 주, 첸나이시에 12년째 살고 있다.

 

이곳에 처음 왔던 2009년 5월, 첸나이 국제공항을 나서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어두운 밤에 불빛도 흐릿한 공항 밖에 피부가 까만 인도 남자들이 담장처럼 빼곡히 서있던 모습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다.

지금처럼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때, 인도사람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화려한 전통옷을 입은, 이목구비가 큼직한, 누가 봐도 예쁘고 잘생긴 모습이었다. 그런데 내가 처음 본 인도 사람들은 예쁘고 잘 생긴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인도 발리우드 영화에서 보게 되는 전형적인 인도 미인들과는 생김새가 달랐다.


인도 발리우드 배우들(전형적인 아리아인들이다)


알고 보니까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의 인도사람은 유럽에서 넘어온 '아리아인'들로 북인도에 주로 살고 있었고, 남인도 타밀나두 주에는 그들과는 다른 외모의 인도 토착민이라는 '드라비다인'들이 살고 있었다.


아리아인과 드라비다인이 생김새는 다르지만 한국사람인 내 눈에는 인도사람의 범주에 그들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이 도시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오히려 이제는 타밀사람들이 인도사람의 전형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원래 인도 사람이었기도 하다.


수 년 전에 인도 첸나이 여학생들과 찍은 사진이다.(드라비다인들이다)

인도 4대 도시인 첸나이에는 원주민 드라비다인만 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덕분에 도시가 현대화되고 눈에 보이게 발전을 하고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도사람이라는 위의 두 인종들과는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데, 얼핏 보면 한국인이 아닐까 싶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다.


직장이나 학교 때문에 첸나이에 사는 한국, 일본, 중국 청년들도 많아서 그들과 구별이 안 될 때도 간혹 있다.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패션에서 차이가 있어서 구별을 하는 정도이다.



2009년 당시에 한국식당에 처음 갔던 날, 인도사람이 아닌 동남아 사람처럼 보이는, 영어도 잘하는 종업원이 있어서 인도까지 돈 벌러 온 필리핀 아가씨인 줄 알았다. 인도도 이렇게 가난한데 여기까지 돈을 벌러 온다니 의아했었다. 그들도 모두 인도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식당, 미용실, 카페, 쇼핑몰, 마사지 가게 등등에서 자주 보게 되던, 동남아인들 같기도 하고, 한국인 같기도 한 그들에 대해서 차츰 알게 되었다.



인도 북동쪽의 나가랜드 주나, 마니푸르 주, 미조람 주 등에서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하려고 대도시 첸나이에 내려온 이들이라고 한다. 티베트계와 미얀마계의 몽골족이란다. 영국식민지에서 독립을 하면서 인도에 편입된 지역이라고 하는데 인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외모에서 많은 이질감이 있다.


인도에는 당연히 내가 알던 그 인도인들(아리아인)만 사는 줄 알고 왔다가 내가 사는 타밀나두주의 첸나이시에서는 그 인도사람(?)은 안 보이고, 피부가 검은 드라비다인이 아니면 너무 친숙한 외모의 몽골인만 많이 보면서 살고 있다.


인도 북동 지역에서 첸나이에 직장을 찾아서 온 몽골족들(마사지사)

  

요즘은 최저임금제도 때문에 공식적인 임금 차별은 없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인도 사람이지만 가난한 주에서 돈을 벌려고 온 그들은 같은 인도 사람에게서 임금차별도 받았다고 한다.


부분이 기독교인들이고, 인도에서 가장 먼저 한류가 들어간 동북인도 나가랜드, 마니푸르, 미조람, 아쌈등에서 온 그들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다.

외모가 비슷해서 이질감이 적고, 타밀사람들에 비해서 깔끔하고, 부지런하고, 친절하다. 간혹 너무 한국 사람 같이 보이는 이들을 보면 마치 한국말을 할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한식당 종업원들은 거의 그들 차지이다. 외모에서 오는 친근감이 이유이기도 하고, 일을 잘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한국집에는 으레 그들이 입주 메이드이다.


다른 인종의 인도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드는 생각이 나와 닮은, 마치 한국인 같은 그들에게는 괜히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들도 한국사람이 자기들과 닮아서 더 친근하고 편할까? 자기들 한 달 월급만큼, 그 보다 더 많은 음식값, 술값을 쓰는 한국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라는.


인도 북동 지역에서 첸나이에 직장을 찾아서 온 몽골족(레스토랑 종업원)


며칠 전에 쇼핑몰 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가 너무 한국인처럼 보이는 예쁜 아가씨를 보고, 당연히 미조람이나 나가랜드에서 온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한국말을 할 뻔했다.

나와 더 닮은 몽골족인 그들이 완전히 다른 외모의 아리아인이나 드라비다인처럼  인도사람인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인도에 올 일이 있으시거든, 특히 첸나이에 올 일이 있으시거든 식당이나 카페에서 우리와 닮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요. 동남아 사람도 아니고, 중국이나 한국 사람도 아닙니다. 그들도 인도 사람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