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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an 27. 2024

인도의 BTS 소녀팬들

남인도 첸나이에서 다시 살기 시작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한국사람들과의 접촉은 최대한 자제하며 필요할 때만 시내로 나가고 동네에서만 주로 지내는 중이다.

지난 11년 동안은 들의 학교 한국엄마들과 한인교회의 한국인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타국이라는 이유로 괜히 외롭고 힘들었던 인도에서의 생활을 견딜 수 있었지만 다시 돌아온 인도에서는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은 너무나 편하고 익숙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오랜 기간 줄곧 인도에서 살지 않아도 되어서 내 인생 마지막 인도는 현지인들 속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네 로컬 요가 학원을 다니고, 동네 로컬 미용실의 단골이 고, 동네 로컬 교회에 등록을 다.


요가 학원 수강생들도, 미용실의 미용사들, 로컬 마을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처음인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나를 낯설어해서 쉽게 친해지기는 어려웠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어떤 계기로 물꼬가 트이면 그 물줄기는 어렵지 않게 흐르기 마련이다.


이방인인 나와 현지인인 그들 사이의, 한국인인 나와 인도 사람인 그들 사이의 물꼬는 의외의 이유로 터지게 되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자랑, BTS가 그 이유였다.


요가학원의 BTS 뷔의 팬이라는 아가씨. 뷔 사진을 받아들고 행복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가 남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눈치만 보던 아가씨와 수줍어하던 소녀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적극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요가학원의 스무세 살 직장인이라는 웃는 얼굴이 예쁜 아가씨와 미용실의 귀여운 열일곱 살 미용보조 소녀였다.


예쁜 함박웃음을 지으며 BTS에 대해서, 한국에 대해서 질문을 하던 아가씨와 언제 수줍어했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적극적으로 BTS와 그들의 나라에 대해서 물어보던 소녀와 50대 아줌마인 나는 나라와 피부색과 나이를 넘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과 나의 벽은 허물어졌고, 한층 편하고 친근한 관계가 되었다. 나도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의 아이돌, 보이그룹 7명의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그녀들이 너무나 신기했다.


잠시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인터넷을 뒤져서 중고 사이트에서 지난 BTS 사진과 브로마이드를 구해와서 그녀들에게 선물을 했다. 너무 좋아하는 그녀들이 피부가 까맣고, 눈이 크고 깊은, 외모부터 너무나 이질적인 인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동네 단골 미용실의 BTS 팬이라는 미용 견습생 소녀. 남한에서 왔다고 하나까 눈을 반짝이며 BTS 봤냐고 묻던 순박한 그 아이에게 뷔 사진을 구해줬다.


요가학원의 아가씨는 친구와 한국여행을 하려고 돈을 모으고 있단다. 단지, BTS의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쉽지 않은 일을 계획 중이었다. 그 나이의 인도 직장인 월급으로 항공권과 호텔비와 여행비까지 모은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과 인내가 필요해 보였다. 그 얘기를 하는 그녀들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 묻어났다.


이후에도 BTS 팬이라는 소녀들이 자꾸 나타났다. 엄마와 함께 요가학원에 등록을 한 10대 사춘기 소녀처음 본 미용사의 어린 딸이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BTS를 좋아한다고 했다.


BTS가 사는 남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 엄마들은 처음 본 나를 자기네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도 했다.


동네 단골 미용실 미용사의 12살 딸, 엄마가 폰 배경의 딸 사진을 보여줬다. 인도 전통춤을 추는 아이가 한국의 아이돌 BTS 팬이란다.


세계 각국의 케이팝 팬들, BTS 팬들 이야기는 매체를 통해서 많이 보고 들었지만 발리우드 음악과 배우들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인도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이 남인도의 도시 첸나이에까지 한류가 들어와서 BTS팬들이 곳곳에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팬이 된 계기는 모두 유튜브였다.

IT 강국인 인도라더니 어딜 가도 인터넷이 되고,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볼 수 있으니 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미용실에서 일을 배우는 17살 그 수습생 소녀의 손에, 아직은 배우는 과정이어월급이 겨우 2,000루피(한화  32,000원)이라는 그 소녀의 손에 아주 구형은 아닌 스마트폰과 손목에는 갤럭시 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유튜브가 키운 한국의 BTS는 군대에 가서 가수활동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그 소녀의 스마트폰 속의 유튜브에서는 그들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노래가 끝없이 흘러나왔다.


새치염색을 하는 한 시간 내내 나는 BTS의 노래를 들어야 했다. 아는 노래를 흥얼거렸더니 너무 좋아하던 그 소녀의 눈에는 멀리, 평생 가볼 수나 있을까 싶은 대한민국, 사우스 코리아의 아이오빠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한국여행의 꿈을 꾸게 하고,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남인도의 BTS 소녀팬들이 나는 너무나 신기하기만 하다.


내 나라의 가수를 좋아한다니 나 역시 그 아이들에게 친근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내 달에 인도 여행을 계획 중인 딸들 편에 BTS 멤버 모두가 들어있는 브로마이드 사진을 받아서 또 전해줄 생각이다. 그렇게 좋다는데 그 사진쯤이야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다.


그 사진이 뭐라고 괜히 BTS 덕분에 내가 애국을 하는 듯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인구 14억,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이 나라의 소녀들이 멀리 작은 나라 사우스코리아의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이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BTS 만세다.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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