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 인도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도시이다. 인도 4대 도시인 첸나이는이 넓은 나라의, 세로로 뚱뚱하고길쭉한, 역삼각형 모양의 이 나라 남동쪽 가장 끝에 위치한 '타밀나두주의 주도'이다.
북인도의 '아리아인'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살고 있는 토종 인도인인 '드라비다족'의 한 종족인 '타밀족'들이 이 도시에 산다. 그래서 그들은 토종이라는 자부심, 본인들만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크다. 그래서 쉽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타밀어'를 인도 공용어로 지켜낸 것도 그들의 자부심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전통을 고집하는 이들은 그 한 예로, 여자들의 복장을들 수 있다.할머니들은 대부분 '사리'를 입고, 결혼한 젊은, 혹은 중년의 여자들은 '추리다'라는 바지 전통복장이 대세이다. 중고등 여학생의 교복은 물론이고, 여자대학도 교복을 입는데 전통복식 추리다이다.
최근엔 젊은 여성들의 복장이 서구식으로 많이바뀌고는있지만사리를 입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옆으로 앉은 모습이 너무 위험해 보이고, 추리다의 긴 스카프가오토바이 바퀴에 감길까 봐아찔하기만 하다.
이처럼 다소 더디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첸나이에 스타벅스가 처음 입점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바깥 문화의 상징 같았던스타벅스가 드디어 첸나이에도 들어온 것이다. 델리나 뭄바이 같은 다른 대도시는 물론이고, 첸나이보다 작은 도시에도 이미 오래전에 입점한 스타벅스가 2014년에야 첸나이 1호점을 오픈한 것이다.
'피닉스 시티마켓'이라는 대형 쇼핑몰이 생겼고, 그 안에 입점을 했는데, 긴 머리를 땋고추리다를 입은 여대생들과 스타벅스의 묘한 공기가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피닉스 시티마켓의 스타벅스 1호점, 2014년 모습
지금은 시내 곳곳에 스타벅스가 있다. 도시의 크기나 인구수에 비하면 적은 수이긴 하지만 여느나라 스타벅스와 공간의 분위기도 비슷하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인도 사람들 중에 다른 나라 스타벅스에 앉은 사람들과 비슷한 분위가 난다는 것은 최소 그들은 중산층 이상이 아닐까 싶다.
일단 복장부터 현대적이다. 여자들도 전통 복장차림은 잘 안 보이고, 주로 2,30대의 젊은 손님이 삼삼오오 앉았거나, 혼자서 노트북울 펼친 모습이 많다.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딱 그 느낌이다. 분위기가 아직은 서민들이 가고 그런 곳은 아닌 것 같다.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하류층, 즉 서민들이 드나들기에는 아직 문턱이 높은 인도의 스타벅스이다.
서민들의 점심 한 끼 값보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비리야니 한 접시에 짜이 한 잔이 커피 한 잔보다 싸기 때문이다. 김밥에 믹스 커피 한 잔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인도, 첸나이에 스타벅스 1호점이 입점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머그컵만 있던 인도 스타벅스 굿즈도 종류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인도의 작가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굿즈를 선보였다. 가격이 후덜덜이다. 머그가 2,100루피, 텀블러는 2,900루피, 약 33,000원, 46,000원이다.
인도 근로자 평균 임금이 17,010루피(2021년 기준), 내 주변의 직장인 월급이 보통 2~40,000루피 정도인 걸 감안하면 인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200루피, 머그가 1,000루피 이상, 콜라보 머그 2900루피는 서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을말해준다.
우리 동네 스타벅스에서 가끔 즐기는 라떼와 조각 케이크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가끔 혼자서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쓰려고 갈 때가 있다. 라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 먹으며 바깥세상과는 다른 그곳에 앉아서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커피와 케이크와 그 공간을 즐긴다.
우리 기준으로는 서민들도 충분히 즐길 그 시간에, 인도의 서민 내 차 운전기사 존슨은 합쳐도50루피(800원)가 채 안 되는 노점의 사모사 한 개와 짜이 한 잔을 즐긴다.
평생 한 번도, 스타벅스는 물론이고, 커피데이(인도 브랜드 카페)도 가 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짜이가 커피보다 더 맛있을 테고, 카페에 앉아서 고작 커피 한 잔에 그 돈을 쓸 수도 없을 테고, 그 분위기가 어색해서 들어가기도 꺼려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서민들도 드나드는 스타벅스, 문을 열고 나가면 소와 개가 활보하는 도로 위 낡은 만원 버스에 매연과 먼지와 더위를 오롯이 견디며 하루 돈벌이를 위해서 몸을 구겨 넣은 서민들과는 분명 다른 세상의 인도의 스타벅스에 앉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아직은 서민들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닌 인도의 스타벅스이다.
최근 출시된 인도 작가와 스타벅스의 콜라보 굿즈
✔️ 토요일 연재 기일을 맞추려고 했는데, 인도 시각 0시 7분이 되어버렸다. 한국은 이미 일요일 새벽 3시 37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