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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Feb 03. 2024

도롯가 좌판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청년

인도사람의 육식에 대한 오해

우리동네 돼지고기 좌판의 청년


어느 날, 좌판에서 부지런히 돼지고기를 썰고 있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그의 칼에 썰리고 있는 돼지고기를 보면서 불현듯 인도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모른다는 것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긴 시간 동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나라에서 살고 있었다.


"인도 사람들도 고기를 먹을까?"

"두교인들은 모두 채식주의자일까?"

"인도에서는 소고기는 절대 먹으면 안 될까?"


이곳에 오기 전 2009년, 인도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한국에서 가졌던 인도에 대한 의문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니라에 대해 참 무지했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종교와 다양한 인종, 국가에서 정해 놓은 공용어만 20개에 사용하는 언어는 100개도 훨씬 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이 넓은 나라 인도를 땅도 좁고, 인구도 적고, 언어도 하나에, 종교도 많지 않은 한국사람인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복잡 미묘한 나라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니 인도 국민들이 채식만 할 것이라는 생각도, 모두 소고기는 먹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을 수 없는 가정인 것이다.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듯이, 힌두교인들은 소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인도에서 살면서 잘못 알고 있던 상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힌두교, 이슬람교, 자이나교, 기독교, 천주교, 시크교, 불교 등 종교도 다양한 인도는 그 종교의 율법에 따라서 금기하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인도라는 나라 전체를 봤을 때, 인도사람을 통틀어서 이야기를 할 때, 인도인은 채식주의자들이라거나, 인도인들은 소고기를 안 먹는다라는 말은 맞지가 않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10년 넘게 살고 있는 도시, 인도 토착민이 이룬 지역인 인도 남동쪽 최남단의 타밀나두주의 첸나이는 의외로 모스크, 교회, 성당도 많고, 힌두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를 서로 인정하며 조화를 이루며 사는 도시이다.


동네 골목 입구의 힌두템플, 아파트 담벼락의 힌두신상


그렇더라도 도시의 가장 많은 인구가 힌두교도인 것만은 확실하다.

동네 골목 구에는 어김없이 힌두템플이 세워져 있고, 각 가정마다 가정템플이 있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모두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일 텐데 아파트 입구에, 담벼락에 힌두신상이 놓여있다. 다양한 종교를 정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힌두교를 기본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이다. 그만큼 힌두교인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두교인은 채식주의자일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힌두교인이 가장 많은 도시 곳곳에 고기 파는 곳이 많이 보인다. 닭고기, 염소고기, 돼지고기 파는 곳도 많고, 바닷가에는 생선 시장이 늘 선다. 슈퍼에 계란은 항상 쌓여있다. 물론 소고기를 파는 곳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힌두교에서는 모든 육식을 금지한다고 생각했었다. 소고기는 물론이고, 고기 자체를 못 먹는 줄 알았다. 아파트 이웃의 힌두교인들 중에서 고기를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종교 자체가 육식이 금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특별한 날만 되면 템플에 가서 삭발을 하고, 기도를 하던 주변 한국집 운전기사들이나 도우미 아줌마들 중에는 거의가 육식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또 혼자서 생각을 했다. 상류층 힌두인들은 먹을 것이 풍족하니까 채식을 지킬 수 있지만, 가난한 힌두인들은 뭐라도 먹어야 하니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고.


그런데 그것도 몰라서 한 내 상상이었다.

제사장 집안이었던 브라만들은 모두 채식만 하지만 다른 일반 힌두교인들은 모두 자기 선택에 의해서 채식, 육식을 한다고 한다. 닭고기, 염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달걀등 못 먹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힌두교인들은 소고기는 절대 안 먹을까? 그것도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본인 선택에 따라서 먹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모르면 오해할 수밖에 없다.

브라만을 제외한 일반 힌두교인들에게 금기 음식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없었고, 본인들의 선택에 의해서 육식과 채식, 금기 음식을 정하는 것이었다.

브라만 집안의 손자 세대들도 할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집안에서만 채식을 하고, 밖에서는 마음껏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북인도 쪽보다는 종교분쟁도 거의 없고, 힌두교인들의 식단도 자유로운 타밀나두주임에는 틀림없다.


위에 얘기는 모두 이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넓은 땅, 주마다 법도 다르고 종교 율법의 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소고기패트 햄버거가 허가가 안 나는 것을 보면 인도 전체를 아우르는 힌두교 정서는 여전히 소고기 식용은 금기시되는 것 같다.


요즘 이곳 첸나이의 한식당에는 인도인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중산층 이상은 되어야 감당이 되는 음식값의 한식당에 인도 사람들이 넘친다.

인도사람들의 고기 사랑은 돼지고기, 닭고기, 염소고기, 생선을 가리지 않는다.


가격을 물었는데 다 팔렸다고만 말하는 청년과 돼지고기 무게를 달고 있는 보조 청년


우리 동네 로컬교회에 가는 길목에 아침마다 좌판을 깔고 돼지고기를 파는 청년이 있다.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지 오전 9시경에 그 앞을 지날 때면 늘 장사가 끝이 나있다. 하루에 돼지 한 마리씩 파는 목 좋은 곳의 장사꾼이다.


하루는 교회 가는 시간이 좀 늦은 날이 있었다. 아직 좌판이 그대로 있고, 손님도 몇이 보이길래 궁금해서 차에서 내려봤다. "돼지고기냐? 얼마냐?" 물었더니 그 대답은 안 하고 "다 팔렸다. 더 일찍 와야 살 수 있다."고만했다.


돼지고기가 그렇게 잘 팔리니까 냉장고도 없이 고기를 좌판에 펼쳐서 팔고 있는가 보다며 이해가 되었다.


인도에 오래 살긴 했나 보다.

길거리 좌판에서 고기를 썰고 있는 청년의 손에 들린 삼겹살을 보면서 저 고기 엄청 맛있어 보인다고, 김치찌개에 넣어서 먹으면 맛있겠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언젠가 한 번쯤, 저 인도 청년의 노점 고깃간에서 돼지목살을 사는 날이 올까 봐 두렵다. 내 위생 관념이 점점 인도화가 되어가는 것이 겁난다.


무슬림만 빼고 그 동네 많은 사람들이 매일아침 줄을 서는 돼지 고깃간 좌판의 저 청년은 돈을 꽤 모았을 것 같다.

늘 완판 되는 돼지고기, 인도사람들의 고기사랑을 오해했었다. 그들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 인도 사람들 모두가, 힌두교인들 모두가 베지테리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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