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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Apr 24. 2022

라일락 향기과 함께

어릴 때 그네를 타던 어린아이가 지금은...




바람이 미끄러지는 봄날

블라우스 속으로 바람이 스민다.

살갗을 스치는 봄은 그렇게 내안에 들어온다.


라일락이 흔들리는 울타리 너머

바람 타고 건너오던 너의 미소

웃음은 향기가 되어 그렇게 봄날을 향유한다


벚꽃 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그네를 타던 아이야

너는 어느새 줄넘기를 하며 또 날고 있구나


그네를 타고 그네를 타고

줄넘기를 하고 줄넘기를 하고


봄은 오고 봄은 오고

너는 웃고 너는 웃고


아이는

봄과 함께

라일락 향기와 함께

날아오른다





나의 어깨에서 너는 그네를 타고 세상을 날았다


너를 기억하려 애쓴다
시간의 진동은 너의 얼굴을 너의 팔다리를 증폭시킨다
나의 손바닥에서 너는 젖병을 빨았고
나의 팔꿈치에서 첫걸음을 떼었다
나의 발목에서 너는  성금 성금 기었고
나의 무릎을 잡고 일어섰으며
나의 허벅지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세상에 뛰어들었다
어느 여름날 발목까지 빠져버린 분수대에서
철벅철벅 나에게 물을 튀겼고
어느 봄날 하얀 벚꽃을 보면서
신비로운 소리로 탄성을 질렀지
어느 회색빛 초저녁 전화받고 달려간 응급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턱밑의 상처를 내보였지
어느 노란색 아침 양갈래 머리를 딸랑거리며
노란색 자동차를 타고 등원을 했지
너를 기억하려 애쓴다
나의 어깨에서 너는 그네를 타고 세상을 날았다


*어느 일요일 오후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딸아이를 보며...


 


위에 인용시는 육아시(育兒詩) 중의 한편입니다.

그네를 타던 아이는 유딩이었고 지금은 중딩이 되어 줄넘기를 하네요.

봄날의 일요일 오후가 가네요.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weenaki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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