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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May 22. 2020

이번생은 망했으니 다음생에 도전




엄마의 시작(詩作)


                                                                 



엄마의 시작(詩作)은 주 5일

월요일 아침 빈 둥지 증후군

흩어진 상징들을 주워 담아 세탁기에 돌리지

커피 포트에 운율을 끓이며

머릿속 이미지들을 음미하지

화요일은 브런치 모임

환유와 도치를 손으로 잘라 입에 넣으며

집에 남겨진 심상과 비유를 걱정하지

수요일 목요일은 장보기와 요리교실

마트 야채 코너에 서서 심사숙고 서사를

수북이 재료가 쌓인 주방에서 각종 공모전을 부치지

금요일은 가족들이 불금하는 날

엄마는 혼자 주말의 명화를 보며 묘사하는 날


엄마의 시작은 주5일

주말엔 조업 중단

분주히 치려지는 밥상들

등짝에 매달린 시상들

거실바닥에 뒹구는 시어들

가족들 눈치에 물러터지지

일요일밤 묵은 형용사를 배개삼아

새로운 동사를 꿈꾸지


밀린 연차를 내어 상상 여행을 떠나

한 손엔 문장들로 터질 듯한 가방

한 손에는 새로 산 시집

엄마의 시작(詩作)은 보라카이

엄마의 시작(詩作)은 코타키나발루








한동안 시를 썼던 때가 있었다

낮에는 일터에서, 저녁과 주말에는 어린 셋째를 비롯해 가족들을 챙기느라 몸은 두 개여도 모자랄 판에 머릿속에서 늘 시를 짓고 있었다.

좀 더 좋은 시를 짓고 싶어서 고민하면 할수록 오리무중에 빠지고, 친정아버지의 암 치료와 큰아이의 수험생활이 겹쳐져 자연스레 시가 멀어졌다.

시인이 되기엔 했으니 에는 꼭 문과를 진학해서 시인에 도전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에 대한 미련을 털어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브런치에 입문하게 되었다.

서랍 속의 시들을 매거진에 하나하나 발행했고 이렇게 브런치북을 내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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