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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Jun 09. 2020

육아시(育兒詩)

아이 셋 워킹맘의 육아시 대방출





농촌 야경  



별은 반짝이고

개구리는 울고

아기는 칭얼대고


밤바람은 손을 흔들고

산등성이는 몸을 뒤척이고

아기는 잠을 못 자고


희미한 산 그림자 따라

집 앞 논길 따라

등에 업힌 아이 자장자장


개구리는 잠수하고

별은 산 넘어가고

아이는 잠이 들고

논길은  해지고     








머리에 엉덩이  



엄마?

왜?

아빠 머리에는 왜 엉덩이가 있어?

엉덩이?

딸아이가 자고 있는 아빠의 미간을 만진다

여기 여기 엉덩이 있잖아

뭐? 푸하하하!!!

남편의 미간 내천(川)을 손가락으로

살살 비비는 아이의 엉덩이를

콱!

깨물어주고 싶다    








로켓 방귀  




아빠의 방귀는 로켓 방귀

어느 날 갑자기 아빠는

우주여행을 떠날지도 몰라

나두나두,  우주여행 갈 거야

 아빠처럼 두두둥 방귀 뀌고 싶어

그럼 나물 반찬 채소 반찬 많이 많이 먹으렴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많이 많이 먹고 두두

방귀 따라 아빠 따라

우주여행 갈 거야

방귀 로켓 발사!!   








나의 어깨에서 너는 그네를 타고 세상을 날았다



너를 기억하려 애쓴다

시간의 진동은 너의 얼굴을 너의 팔다리를 증폭시킨다

나의 손바닥에서 너는 젖병을 빨았

나의 팔꿈치에서 너는 첫걸음을 떼었다

나의 발목에서 너는 성금 성금 기었고

나의 무릎을 잡고 일어섰으며

나의 허벅지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세상에 뛰어들었다.

어느 여름날 발목까지 빠져버린 분수대에서

철벅철벅 물을 튀겼고

어느 봄날 하얀 벚꽃을 보면서

신비로운 목소리로 탄성을 질렀지.

어느 회색빛 초저녁 전화받고 달려간 응급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턱밑의 상처를 내보였지

어느 노란색 아침 양갈래 머리를 딸랑거리며

노란색 자동차를 타고 등원을 했지

너를 기억하려 애쓴다

나의 어깨에서 너는 그네를 타고 세상을 날았다.  



* 어느 일요일 오후 놀이터에서 그네 타는 딸아이를 보며...     






휘파람



뾰족한 입술에서 음표가 쏟아진다

둥근 입에서 구슬이 굴러 나온다

턱 아래로 무지개가 걸려있다

쫑긋한 입술에서 별이 떨어진다

 속에서 안개가 흘러나온다

하늘까지 피어오르는

첫 휘파람 소리    



* 5살 딸아이가 쫑긋거리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들릴 듯 말 듯 생애 첫 휘파람 소리,,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엄마한테 고백했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있는데

두 명이어서 고민이 된다고

엄마가 말했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고

지금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그런데...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면

더 고민되는 거 아닐까    






돼지책



한 번쯤 그러고 싶었다

시원히 물 쏟아지는 개수대 앞에서

거품 무는 그릇 탁!

내려놓고....


한 번쯤 그러고 싶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뒤집어 벗어던진 바지 양말

순대 넣듯 창자 뒤집어 세탁기에 탁!

던져놓고...
 

한 번쯤 그러고 싶었다

뱀 껍질 허물 벗듯 애벌레 탈출한 번데기인 듯

밤새 군내 나는 이불 탁! 탁!

털어놓고...


한 번쯤 그러고 싶었다

늘 똑같은 길을 걷는 신발

한결같은 장소의  옷차림

벗어놓고....


한 번쯤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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