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허리에 해가 뜬다 그녀의 허리에 새벽이 솟아난다 그녀가 허리를 굽힐 때마다 해는 숨고 그녀가 허리를 펼 때마다 해는 눈부시다 그녀가 허리춤에 해를 차고 동쪽에서 남쪽으로 일을 나간다 허리에서 흐르는 땀은 비가 되고 허리가 움직이는 각도는 산이 된다 일을 마친 그녀가 서쪽으로 돌아오면 해는 그녀의 옆구리로 넘어가고 허리에 숨었던 구름은 붉은 앞치마가 된다 저녁밥을 짓는 그녀의 반대쪽 옆구리에 고즈넉한 초승달이 떠오른다 그녀의 허리에 저녁이 번진다 그녀가 설거지를 하면 달이 얼굴을 씻고 그녀가 다림질을 하면 달이 얼굴을 편다 밤이 깊어 그녀가 잠이 들면 달은 밤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허리에 해달을 품고 사는 그녀 해달을 품어야만 꼿꼿이 사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