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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Sep 25. 2020

치매 아들



치매 아들   




60대 아들이 한의원에 왔다

구순(九旬)의 아버지를 모시고 종종 내원했던

근자 아버님이 거동을 못하시게 되어

모시고 나올 수가 없다고

침 치료를 하고 싶다고

나을 수는 있냐고...

죄송합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아들이 돌아간 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버님께서 파킨슨 진단을 받으셨어요

연로하셔서 요양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는데

그이가 치매라서 기억을 못 해요

또 찾아가면 요양병원에 모시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살다 보면 누군가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들의 기억에서 오늘의 내가 지워지길 바란다.

나의 기억에서 오늘 지워지길 바란다.









몇 년 뒤 며느리가 치료를 받으러 왔다. 혼자 두기 어려운 남편을 데리고...  남편은 치매가 진행되어 말수도 적고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의 기억에서 나는 없는 것 같았다.

오래도록 나의 기억에서 그들은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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