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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Oct 04. 2020

가을이 손끝에 내려앉았다.





여름 끝자락 어느 밤 어머니는

조심조심 손가락 끝 매듭을 묶어주셨다.

첫눈이 오기 전까지 붉은 손톱이 남길 바라면서

두 손을 가슴에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



람이 강 건너 가로지르는 계절

노을이 오로라처럼 번지는 계절

나뭇가지 바람에 흔들릴 때

손끝 붉은 물 마음 따라 흔들릴 때



나는 보았네

가로수 무 손 봉숭아 물빛

간밤에 누가 매듭 묶었을까

저 아이들도 밤새 잠을 설쳤을까


가을이

나무 손끝에

내려앉았네








침을 맞고 계시는 할머니 환자분의 손톱에 자꾸 눈이 간다.

"봉숭아 물이 예쁘게 들었네요"

"이거? 밤에 할 일이 없고 심심해서 ㅎㅎ"

팔순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쑥스러워 웃는 웃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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