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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Sep 04. 2020

2차 성징




2차 성징



 

 

아이에게 봄이 .

천도복숭아 같은 붉은 얼굴

우툴두툴 과속방지턱 투성이 여드름

벌레 두 마리가 주인공인 만화 보면서

에, 헤! 헤! 헤!

마후라* 터진 듯 웅웅 거리는 웃음소리

티브이 보는 옆에 앉아 머리를 살짝 기대 보니

오호라, 제법 버텨지는 단단한 어깨

어? 목욕할 시간이다

슬로모션으로 목욕탕에 입실

배꼽 한 뼘 아래 작고 여린 까만 잔디가 삐죽삐죽

요거 봐라!

잔디를 보호합시다!! 

하루를 72시간으로 사는 녀석

시속 0.001킬로미터의 자동차로

과속방지턱이 득실득실한 이마를 지나

넓고도 넓어 끝이 없는 어깨를 타고

가도 가도 다다르지 못하는 카프카의 성 주위를

빙빙

맴돌고 싶다

녀석의 여름을 성 안에 가두고 싶다

 


*마후라 : 자동차 배기통을 속되게 이르는 말





   

사춘기를 지난 지적장애 아이는 20살이 되었다.

여전히 라바를 즐겨보고 아직도 유희왕 카드를 모으고 있으며 슈퍼마리오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요즘은 액션드라마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목욕은 이제 혼자서 한다.

아이의 성이 견고해지고 있다.

그 안에서 아이의 인생도 견고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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