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위나 Nov 24. 2020

엄마와 고래






엄마와 고래



                                                                    



그의 한쪽 폐는 죽은 나무이다.

대신 다른 한쪽이 광합성을 한다.


커튼을 열면 엄마 옆에 수염고래가 누워있었다

새우등을 한 엄마는 고래의 숨구멍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고래는 수염이 떨어지고 지느러미는 붉은빛으로 변했다

표적이 된 아가미는 서랍 속에서 숨을 고른다.


누군가의 마스크와 초록 소매만이

밤의 계단을 오르내린다


창밖은 오래 머물 수 없는 공백

침묵하는 들숨과 날숨을 화분에 옮겨 심는 중이다


마침표와 쉼표로 갈라선 사다리에서

엄마는 오랫동안 묵주에 기대고 있다


먹구름은 흩어지고 바람은 방류를 줄인다

시들어버린 발자국이 적막을 눌러 밟는다


시큼한 진눈깨비를 맞으며 돌아선 엄마의 그림자에

나조차도 지울 수 없는 고래의 심장이 뛰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 베이




















이전 16화 말초신경병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