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위나 Apr 09. 2021

봄 詩





스물




하늘거리는 꽃잎을 아랫니에 대고

몸 안에 잔잔한 파도

바다 저편 지구의 날숨

훅 내몰다

굳은 가지 뚫고 터진 봄날의 함성, 스

내몰린 청춘을 잡아당겨

두 입술로 들큰 살짝 닫는다, 물

스, 물, 스물


지금 나의 스무 살은 발목 어귀에 있다

새로 산 신발을 신기도 두려운 나이

그래도 벚꽃이 피면 발목이 간지럽다

또 다른 스무 살은 겨드랑이에도 있다

민소매 입는 것조차 부끄러웠던 그때

막 스무 살이 되어 하이힐을 신고 다니던 그때

처음 사랑에게 팔짱을 끼고 벚꽃길을 걷던 그때

부풀어진 솜사탕처럼 폭신했던 스무 살

입안 가득 공기 다발을 물고 있다가

혓바닥과 입천장 사이로 삐져나오는 바람의 봄

스물

긴 시간 속에 숨어있던 꽃봉오리

몸 안의 잔잔함 파도와 함께 터져 나오는

스물        










봄이가 다녀갔다




꽃무늬 블라우스에 자줏빛 플레어 치마를 입고

20주년에 남편이 처음 사준 명품가방을 들고

아이 셋 남들처럼 과외 많이 못해줘도 공부 잘한다고 하고

남편이 조기 퇴직하게 되면 자기는 무슨무슨 일을 할 요량으로

자격증도 따놨다 하고

연로하지만 건강하신 시부모님 감사하고

장남 아내 맏며느리의 주름진 눈살을 잠시나마 펴보이면서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젤 맛있다는 가정주부의 너스레를 반복하면서

이리저리 반찬 그릇 옮겨주며 평소보다 두배 젓가락질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마주 앉아 밥 먹는 게 얼마나 좋으냐면서

인테리어 아늑한 카페앉아서

어디에도 전하지 못할 얘기들을 리필해 마시면서

오랜만에 봄나들이하는

친구가 다녀갔다.


새털 바람이 은빛 햇살을 비집고 지나간다.    











아빠의 봄   




꽃잎은 신이 났지요

겨우내 나뭇가지 마디마디 싹눈에 숨었다가

못 찾겠다 꾀꼬리 노래하는 봄햇살의 엄살에

하얀 꽃잎은 세상 밖으로 기지개 켰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탄성과

간질거리는 봄바람

눈 맞춤이 부끄러운 햇살

맘껏 눈부신 시간의 오후를 달립니다.

똑똑 봄비가 옵니다

꽃잎은 갑자기 가고 싶은 곳이 생겼어요

사실은

초록 어린잎에 자리를 내어주고

여행을 떠나야 한답니다

봄비가 그치고 바람이 부네요

꽃잎은 이때다 싶어 힘껏 비상을 합니다

으쌰



삐삐 삐삐삐

아빠!!!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오냐

아빠, 아빠 머리에 뭐가 있어요

어? 벚꽃잎이 머리에 떨어졌네

하하하

아빠의 웃음소리가 벚꽃잎 함박눈이 되어 내립니다    










나리 배경 복사 - 나리꽃 탄생의 비밀   




수축 속에서 팽창을 하고 있다

팽창 속에서 수축을 하고 있다

시간마저 정지시키는 저 침울

암흑마저 침묵시키는 저 단아

핵폭풍마저 삼켜버리는 저 인고



찰나에

빅뱅이 있었다



지금도

우주 끝으로 향하는 나리꽃 향기










이전 17화 엄마와 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