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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Apr 16. 2022

봄이 지나가나 봄



10:10

11:11

12:12

02:22

03:33

04:44

.

.

.

이런 숫자들을 좋아한다

나는 이렇게 중독이 되었다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숫자들을 두리번거린다

 

벚꽃나무가 희끗희끗 새치처럼 자리하고 있다

 산 벚나무 아래 진달래가 듬성듬성

산 중턱 사이사이로 보랏빛이 흐릿하다

연두잎 내려앉은 봄 산은 언제 짙어질지 모른다


11:11 규정할 수 없는 색의 먼산이 지나가고 있다

12:12 떨어지는 벚꽃잎을 막아보지만

01:11 포기하는 게 편하다

02:22 오후 봄 햇빛은 어지럽고

03:33 사르르 아픈 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

.

.

수시로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시동을 켠 자동차의 파노라마 시계를 바라본다

벚꽃잎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궁금하다

먼 산의 색을 자꾸 훔쳐본다

나는 봄을 봄은 나를 흘깃한다

숫자는 바뀌고

봄산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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