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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Nov 19. 2021

목성에서 온 아이

시간의 마법




목성에서 온 아이






째쟁! 창!

빛은 사라지고 유리파편은 어둠을 뚫었다.



소리 없는 구급차, 멈춰진 공간 속을 달린다.



팔에 붕대를 한 너는 하얀 우주로 나아간다.

나는 너로부터 분리되어 끝없는 시간을 헤맨다.

울음마저 삼켜버린 암흑 속을 유영하고 

사건의 지평선 너머 되돌아가려는 몸짓은

까마득한 무중력 속에서  허우적댈 뿐



우주를 떠돌다 과거의 그 시점을 만날 수만 있다면

너의 시간의 파편을 이어 붙일 수만 있다면

아득한 평행 우주에 갇혀도 좋으련만

우주의 먼지가 되어도 좋으련만



소용돌이에서 깨어난 너는

연약한 새가 되어 돌아온 너는

뒤틀린 시공을 헤매다 돌아온 너는

이제 태초부터 다시 진화해야 하는 너는

소멸되지 않을 통증을 간직하고 있는 너는

너는

너는

너는



태양이 되지 못한 

목성에서 온 아이


시간을 뒤따라

목성에서 온 아이









 영화 '연애소설'의 후반부에서 주인공 이은주가 시한부 인생의 끝에 도달한 손예진의 죽음을 슬퍼하다 시계를 깨고 시침을 거꾸로 돌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더 오래전에 영화 '슈퍼맨'에서는 슈퍼맨이 연인의 죽음 이후 우주로 날아가 지구를 반대로 돌립니다. 시간은 되돌아가고 연인은 살아있게 되지요.

 119 응급차에 아이를 싣고 달려가던 막막했던  밤,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던 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덧없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시간의 마법이 찾아왔습니다.

 가끔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억이지만 이제 상처는 아물어 시간을 되돌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아이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소용돌이에서 이제 벗어나도 될 것도 같습니다.


 시간의 빛을 따라 달리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어둡던 터널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사는 게 힘드신 분들도 지금 이 순간 빛을 내며 내달리는 시간의 마법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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