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눈을 뜬다
희미한 새벽이 창에 붙어 있다
밤사이 이불에 끼어 있던 구겨진 꿈들
꼬깃꼬깃 펼친다 전날 밤
티브이 속 드라마 주인공들이다.
머리를 감는다
정수리에 스며드는 물의 감각이 꼬리뼈를 지난다
차가운 바닷속에 뛰어든 것처럼
샤워기는 늘 맞지 않는 온도이다.
늘 맞지 않는 옷처럼...
점심을 먹는다
혼자 앉는 테이블이 어색하지 않다
분주한 사람들
분주한 소리들
분주한 시간들
앞에 앉은 빈 의자마저 분주하다
오후를 달린다.
시간의 속도는 상대적이라지만
나에겐 언제나 빛의 속도이다.
가끔은 그 빛을 끄고 싶을 때가 있지만
왜 그런지 자꾸 달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다.
지친 초침과 시침이 멈춘 방구석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무표정한 거울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형광등
귀가한 하루는 잠이 든다.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