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 아니다.
슬픈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호수로 달려갔다.
무슨 일인지 그곳에 다녀오면 슬픔을 잃었다.
비 내리는 호수에 달려간 적이 있다.
호수는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에 호수가 울기 시작했다.
우웅 우웅 우우웅
낯설지 않은 울음들이 호수 위로 떠올랐다.
지난날 호수 바닥에 유기된 슬픔의 시체들...
차례로 떠올라 부표하는 슬픔의 맨살들...
호수는 역류하는 울음을 연이어 토해낸다.
배를 타고 호수 깊숙이 노를 저었다.
그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애도했다.
우웅 우웅 우우웅
호수를 둘러싼 비자나무숲까지 포효소리가 가득했다.
슬픔은 외면한다고 해서 소멸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롯이 네 안에 표류하다가
제 수명이 소진되었을 때 스스로 이별을 고한다.
슬픔은
유기해야 하는 것도 오래도록 간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비처럼 바람처럼 자연의 일이다.
하늘처럼 별처럼 우주의 일이다.
호수처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그것은
너의 눈물을 닦아주고 스스로 일어선다.
너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