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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Mar 18. 2021

하루





하루  




눈을 뜬다

희미한 새벽이 창에 붙어 있다

밤사이 이불에 끼어 있던 구겨진 꿈들

꼬깃꼬깃 펼친다 전날 밤 

티브이 속 드라마 주인공들이다.


머리를 감는다

정수리에 스며드는 물의 감각이 꼬리뼈를 지난다

차가운 바닷속에 뛰어든 것처럼

샤워기는 늘 맞지 않는 온도이다.

늘 맞지 않는 옷처럼... 


점심을 먹는다

혼자 앉는 테이블이 어색하지 않다

분주한 사람들

분주한 소리들

분주한 시간들

앞에 앉은 빈 의자마저 분주하다 


오후를 달린다.

시간의 속도는 상대적이라지만

나에겐 언제나 빛의 속도이다.

가끔은 그 빛을 끄고 싶을 때가 있지만

왜 그런지 자꾸 달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다.

지친 초침과 시침이 멈춘 방구석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무표정한 거울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형광등

귀가한 하루는 잠이 든다.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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