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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Jan 24. 2021

나와 나비

일요일 오후의 시






노란  오후 카페 구석에 앉아 있었다.

햇빛 가득 통유리 한 점이 반짝거린다.


나비의 날개인 것을 한참만에 알았다.

시집의 책장을 한참만에 넘긴다.


책장 사이 후리지아 꽃잎이 끼어있다.

책장 밖으로 꽃잎이 팔랑거린다.


테이블 위에서 팔랑거린다.

커피를 내주는 여인의 손목에서 팔랑거린다.


키오스크에서 맴돈다.

휘핑크림에서 맴돈다.


쉬지 않는 날갯짓

나비는 나비의 배경을 알고 있는 걸까..


꽃잎 따라, 나비 따라 기울어지는 오후

커피색이 진하게 물드는 오후


버건디 천장 물결무늬 일렁이다가

상제리제 상제리제 물결치다가


나비는 꽃잎과 시집을 삼켜버리고

나는 나비를 삼켜버린다.


카페 밖으로 나온다.

눈을 감고 나비의 궤적을 그린다.


나비의 날개는 쉬지 않는다.

나비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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