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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Aug 30. 2022

여름시(詩)

여름을 보내며...






폭염   




온몸의 혈관들이 늘어지고

심장이 숨죽이는 순간


들숨과 날숨이 하나가 되고

의식이 열기속으로 증발하는 순간


새들의 노래마저 정적이 되고

초록 먼산이 열기에 녹아내리는 순간


숨쉬는 모든 것들이

뜨거운 계절에 갇혀버리는 순간


"폭염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노약자들과 어린 아이들

      야외 활동을 피하십시요"      


살다가 어느날

이보다도 뜨거운 경보가 되는 날이 있을까








여름 새벽




야간 고열과의 싸움이 종료된 지금

진화된 구름의 이마를 짚어주는 지금

밤새 웅성거리던 실외기가 잠이 든 지금


새벽녘 건너방 잠투서리와

창틀에 남아있는 열대야 한줄기가

슬그머니 그의 무릎을 어루만져준다


지구 반대편을 돌고 오는 태양보다

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

열대야와 아침 햇살의 간극은 온데 없고

힘줄들은 힘차게 뻗어간다










여름에 내가 본 사람들   




학교앞 문구점은 방학동안 문을 열었을까

볼펜 몇자루를 사기 위해 뜨거운 길을 걸어갔다

주인 아줌마의 가족인것 같은 청년이

이어폰을 끼고 무심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손에 도깨비 방망이를 쥐어주면

수문장으로 변신 할 것 같은 표정으

카드도 NO 영수증도 NO

아줌마는 다 알것 같다

나도 다 알것 같다


초진 환자가 내원했다

탈모가 생기고 소변을 봐도 계속 보고 싶고

불면증과 만성피로가 지속되는

다음주에 월급을 받으니 약을 미리 지어달라고 하였다

다음주까지 침을 맞으시고 월급날 약을 하시라고 했다

다음날 와서는

기도를 열심히 했더니 약값의 일부를 융통하게 하나님이 도와주셨다 한다

다음주에 나머지를 주겠다 하고 약을 지었다

그 분을 믿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야하나 망설인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모른척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모른척 해야만 여름이 조용하다


지금 우리가 지치는 것은 여름 탓인가

지금 우리가 불안해 하는 것은 더위 탓인가

다행인 것은 여름에는 늘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름의 끝이 없다면

바캉스를 외면해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좌절스러운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계절은 돌아가는데

  지구도 태양계도 우주도 움직이는데    










초록 여름  




온통 초록이다

초록 물결치는 나뭇잎을 건너는 바람이 초록이다

초록 바람 타고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이 초록이다

초록 햇살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이 초록이다

초록 땀에 젖은 윗도리가 초록이다

초록 옷을 세탁하려고 물을 트니 초록물이다

초록 물에 샤워를 하니 피부가 초록이다

샤워를 하고 난 언니의 생리혈이 초록이다

초록색 속옷을 입고 초록색 치마를 입고

바다로 출발한다

온통 초록빛 바다

바닷가 모래사장도 초록

민박집 벽돌담도 초록

밤새 해변가의 별빛도 초록이다

초록색 밤을 지새우며

초록색 소주병을 비우고

초록색 언어로 사랑을 속삭이고

초록색 눈으로 초록색 아침을 맞이한다

초록 햇살이 초록 바다 위로 솟아오른다

         초록 여름은 그렇게 우리들 초록 마음 속으로 번져간다      










계절의 속도




KTX가 따라온다

나무들이 따라오다 쓰러진다

논두렁이 달려오다 산비탈에 부딪힌다

먼 야산이 쫓아오려 애쓴다

산위에 햇빛이 노려보고 있다

이보다 빠른게 있을까

     가을에게서 달아나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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