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으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
‘저자의 가르침을 요약해서라도 전하고 싶다.’
요즘은 주로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편이니 기회를 틈타 아내에게 말을 꺼낸다.
“내가 어제 읽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들어봐.”
착한 아내는 일단 경청한다. 중간중간 고개도 끄덕이고 질문도 하면서 꽤나 진지하게 들어준다. 하지만 다 듣고 난 아내는 나만큼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언제나 그렇다. 나는 머쓱해져서 말한다.
“하여튼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 우리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다시 침묵 속에 운전.
책의 감동이 언제나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가 남들에게 전하는 내용은 책의 요약된 버전이다. 전체 내용을 문자 그대로 전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제한된 대화시간 내에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결국 책의 결론만을 말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저자의 권위를 높여줄 약력도, 저자의 다양한 실증 사례들도, 저자가 결론을 내기까지 밟아나간 생각의 단계도 없다. 그저 결론만을 놓고 본다면 어떤 책도 대단한 결론이 나오진 않는다. 실제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책을 설명하다 보면 결론이 이렇게 뻔했었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가 티브이든 유튜브든 블로그든 한 번쯤은 들어본 결론임에 분명하다. 사실 요즘 세상에는 어떤 주장이든 결론이든 찾을 수 있으니 오히려 없는 게 더 어색하겠다. 그렇다면 좋은 책이란 결론이 뛰어난 책이라기보단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 뛰어난 책인 것일지도 모른다.
책의 감동을 요약해 공유하기 힘들다는 점은 콘텐츠로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특히 요즘같이 공유가 빠르고 익숙한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스낵 컬처라든지 숏폼 콘텐츠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의 감동을 전하는 과정은 단 한마디로 이뤄진다. “야 이거 봐봐.”, “와우”. 짧고 단편적인 콘텐츠들은 감동의 공유를 쉽게 한다. 물론 감동 하나하나의 질적인 측면이야 다른 문제겠지만. 남들에게 요약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며 그 감동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의 역량이다.
공유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없는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전자책, 오디오북 등 매체별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짧은 문학 등 분량 면에서도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 한 장의 간결성을 넘어설 수는 없으며, 그렇게 공유되지 못하는 책은 결국 읽히는 순간 생을 다 할 수밖에 없다. 책의 미래란 감동의 질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 따른 수고로움을 기꺼이 겪어내는 독자들의 어깨에 짐 지워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