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인’의 숨결을 느끼다.
아침 7:00에 출발하는 버스이기에 일찍 출발 장소로 향했다. 어느 여행 후기에서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복잡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기에 서둘렀다. 과연 이른 아침부터 이 작은 동네가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들이 붐빈다. 앞쪽에 줄을 섰는데, 안내하는 분이 아직 시간이 안되었기에 호텔로 돌아가서 더 자고 오란다. 이미 체크 아웃을 했고 다시 돌아가기도 어중간하여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여기저기 살펴보고 한참만에 돌아왔는데, 우리 시간대의 줄은 저 뒤쪽에 있고 벌써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 있고, 그래서 이렇게 좁은 동네를 붐비게 하나 보다. 마추 픽추를 오르는 방법은 우리처럼 마추 픽추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방법은 옛 잉카인들이 오르는 산악길을 힘들게 올라 마추 픽추 관문까지 이르는 방법이 있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오를 때 어떤 젊은이들은 이 힘든 코스를 선택하여 뼛속까지 잉카를 경험하고 있었다.
마추 픽추를 둘러보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이 4가지 방법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이들이 페루 관광청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기관인지 알 수 없지만)이 정해 놓은 4개의 Circuit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Circuit 1은 마추 픽추(마추 픽추는 늙은 봉우리라는 뜻이란다.) 도시 전경과 그 너머로 와이나 픽추(젊은 봉우리)를 볼 수 있는 상부 플랫폼이 포함된 코스로 2시간 걸리는 코스라고 한다(Circuit 1도 표사기가 별따기란다.) Circuit 2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많은 사람이 인스타 그램에 올릴 때 이 코스에서 찍은 사진을 많이 올린다고 한다. 이 코스도 2시간 정도의 거리로 마추 픽추 전경과 와이나 픽추를 함께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장소로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Circuit 3는 아들이 예약해 준 코스로 낮은 장소에서 1시간 반 walking 코스로 마추 픽추의 낮은 지대를 보는 짧은 코스이다. Circuit 4는 낮은 장소의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2시간 반이 걸리는 워킹 코스이다.
깎아지른 절벽길을 시속 30~35km의 속도로 아찔하게 달려서 드디어 대망의 ‘마추 픽추’의 관문에 도착했다. 이곳도 인산인해다.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입국 심사보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요새 도시, 공중 도시, 잉카 황제의 휴양지로 들어섰다. 경이롭다! 아니 믿기가 어렵다! 깎아지른 벼랑으로 둘러 싸인 산 위에 석축 기술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을, 저 큰 돌은 어디에서 어떻게 가져왔는지? 그리고 쿠스코에서 이미 봤던 석축술의 경이로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는 것에 극한 공감을 느낀다. Circuit3에서 내부를 볼 수는 없지만 음식을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까지 ‘경이’란 단어를 다시금 튀어나오게 한다. 거기에다 관광객들이 혹 할 수 있는 귀여운 동물 ‘라마’까지.. 물론 잉카인들이 이곳에서 ‘라마’를 가축으로 키웠는지, 아니면 페루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곳에서 ‘라마’를 사육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주변의 석축 건물과 ‘와이나 픽추’의 웅장한 산세와 잘 어우러진다. 코스를 따라가다 보니 ‘Circuit 2’의 팻말이 보인다. 그 인기 있다는, 입장권을 구하기 힘들다는 ‘Circuit 2’를 갈 수 있나 보다 하고 열심히 따라가 보았는데…. Circuit 2를 관람하고 내려오는 코스일 뿐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 친구들이 쉽게 넘나들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겠지.. 이곳 마추 픽추는 지그재그로 오르는 길과 뾰족한 산 위에 위치한 탓으로 엄청 높아 보이지만 ‘쿠스코’ 보다는 1000m가 낮은 고산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와이나 픽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것 같은데, 집사람에게는 무리일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가진 Circuit 2 티켓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돌아 서가로 했다. 1911년 ‘마추 픽추’를 세상에 알린 미국의 역사 학자 ‘하이럼 빙엄’이 이곳 원주민의 말 한마디에 꽂혀 이곳을 발견했을 때 그 순간의 경이로움이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비교가 되지 않았겠지! 눈을 감고 내가 ‘하이럼 빙엄’이 되어 본다. 지금처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밀림 속에 묻힌 정교하게 깎여진 돌덩어리 하나를 바탕으로 밀림을 헤치며 건물의 형태를 발견하고, 그리고 또 감탄사를 연발하고 또다시 찾아보고, 얼마나 흥미롭고 진지했을까? 숨겨진 도시에 살았던 ’ 잉카인 ‘의 숨결을 내 가슴속 한가운데 잘 보관하고서 다시 ’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돌아온다. 이른 아침 시간에 예약해 둔 티켓 탓과 늦은 시간 올란타이 땀보로 가는 기차 시간 탓에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이 동네 이름은 여행 내내 헷갈려 버벅 거렸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찾아보고 적고 한다.)’에서 머무는 시간을 많이 벌었다. 때마침 점심시간, 출출한 배를 채워야 했기에 레스토랑을 찾았다, 골목길에 눈에 띄는 ‘Green House Organic Concept’이란 독특한 이름의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이곳의 메뉴는 식당 이름 그대로 건강한 무언가를 우리에게 막 내어 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송어 세비체를 시키고, 집사람은 베지테리언 음식을 시켰다. 더불어 집사람이 어제저녁부터 불편한 속을 달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처방한 음식 구운 감자를 특별 주문으로 시켰다. 나온 음식이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그리고 이곳 페루의 음식은 우리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집사람은 후에 마추 픽추로 여행 오는 분들을 위해 꼭 추천하고 싶단다. 두둑한 배를 문지르며 우리는 장터 구경을 나섰다. 우루밤바 강의 한줄기 일 것 같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계곡 옆의 경사를 따라 이루어진 시장통은 옛 우리 남대문, 동대문 시장의 풍경이랑 흡사하다. 이곳에서 이들은 잉카의 기념품들을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올란타이 땀보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반드시 이 시장통을 통과해야만 하는 구조로 만들어 놨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동네이기에 걸어서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계곡이 바라 보이는 레스토랑 창가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잔으로 기차 시간을 기다린다. 올란타이 땀보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 9:00이기에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이 좀 난감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호스트가 안내해 준 방법은 철길을 건너 걸어서 5분 내지 10분 거리라고 하는데, 늦은 밤이기도 하고, 이곳에 오는 기차를 탈 때 잠깐 본 ‘올란타이 땀보‘는 워낙 시골이라 걱정이 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