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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Oct 15. 2024

마추픽추로 가는 길..

기차 탑승이 하나의 축제인 ‘잉카 레일’

‘굽이 굽이… 돌아 돌아’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길.. 그 길을 우리는 잉카레일의 미니버스를 타고 ‘올란타이 땀보‘로 향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으로 알려진 안데스 산맥의 한 귀퉁이를 달린다고 생각하니 더욱 감흥을 더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계곡과 높은 산주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휴게소 같은 곳이 있고, 그곳에는 잉카인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화장실을 찾고 있는데, 잉카 꼬마들이 ‘토일렛’ ‘투솔’ 하고 자기가 필요한 영어를 호기 차게 외친다. 투솔이면 미국 달러로 54센트 (한화로는 700원이 조금 넘는다.), 중요하게 해결할 일에 돈을 따질 수가 없다. 그래도 꼬마들의 외침은 귀엽기도 하고, 가상하다. 그렇게 도착한 ‘올란타이 땀보‘ 기차역은 우리네 옛 시골 마을의 간이역 풍경이다. ’땀보(Tambo)’는 잉카제국의 도로망에 있는 휴식처의 의미인데, 잉카의 파발꾼이나 메신저가 쉬어가는 시설이 있는 곳을 칭한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 스쳐가는 우리 조선시대 ‘역참’이란 용어가 가장 가까운 의미일 것 같다. 그러니까 ‘올란타이’란 지명과 ‘땀보‘라는 단어가 합쳐져 ‘올란타이 땀보‘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알록달록’ 원색의 잉카 고유의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역주위에 모여있다. 나중에 보니 이들이 기차역에서 기차 탑승까지 안내하는 안내요원이었다. 드디어 우리가 기차를 탈 시간이다. 잉카 고유 복장의 젊은이들이 객차 번호가 적힌 팻말을 앞세우고 흥겨운 반주와 더불어 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객차 안내 그 자체가 하나의 축제다. 몹시 흥미롭고 신이 나서 함께 소리치면서 뒤를 따른다. 이들의 원색적 복장과 축제 같은 행위들에게서 ‘안빈낙도’의 세상을 언뜻 보는 것은 진실로 그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인지, 아니면 여행의 즐거움에 심취한 내 주관적 느낌에 의해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오늘 이 순간만은 나도 그들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은 모두가 탑승하고 기차가 서서히 움직일 때까지 춤을 추며 관광객들의 여행 분위기를 북돋운다. 기차가 협곡을 달리며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로 향하는 동안 남녀 한쌍의 승무원들이 객실 내에서 잉카의 러브 스토리를 공연한다. 스페니시 대사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눈치로 그것이’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러브 스토리임을 알 수가 있다. 공연이 끝나고 한참을 더 달리고 있는데 집사람이 속이 메스껍다며 화장실을 찾는다. 여승무원의 도움으로 속을 달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아마 높은 고지대 도시인 쿠스코에서 누적된 고산병 증세가 아닐까 염려된다. 우루밤바 강이 굽이치는 협곡을 가로질러 드디어 도착한 ‘마추 픽추’ 코앞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철로를 따라 레스토랑, 호텔, 기념품점이 쭉 늘어서 있고, 그 한가운데에 우리를 내려 준다. 집사람 몸상태가 여의치 않기에 먼저 예약해 둔 호텔을 찾아 나섰다. 호텔에 짐을 풀고 혼자 거리를 나섰다. 집사람과 나의 음식을 ‘테이크 아웃’을 하고 거리 구경도 할까 해서다. 이곳에도 ‘K-Food’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현지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다. 소통이 안되니 영어를 섞은 손짓 발짓으로 문의한 결과 이층에서는 간단한 요리를 하는 모양이다. 이층에 올라가 보니 메뉴판도 없고 손님이 좀 앉아 있지만 현지인 남자 종업원 왔다 갔다 한다. 음식맛이 어떨지도 조금 걱정되고 어느 세월에 주문한 음식이 나올지도 의심스러워, 1층으로 내려와 뜨거운 물에 부어 먹을 수 있는 햇반이랑 몇 가지 만을 샀다. 아마 내 짐작으로는 쿠스코 ‘K-Food’ 사장님이 이곳에 현지인을 고용하여 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변의 레스토랑에 들러 우리 입맛에 맞을 것 같은 몇 가지 음식을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하여 호텔로 돌아왔다. 집사람의 상태는 여전히 호전되지 않는다. 별로 먹지도 못한다. 내일 이른 아침 마추 픽추로 가는 것이 염려스럽다. 체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다음날 새벽,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집사람이 체력을 좀 회복한 건지, 아니면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건지, 호텔 로비로 가서 뜨거운 물을 얻어다 어제 사온 햇반을 불려 한 숟가락 뜬다. 그리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서 호텔 측이 제공하는 조식으로 좀 더 체력을 보충한다. 좀 나은 것인지, 아니면 ‘마추 픽추’를 꼭 봐야겠다는 의지인지 집사람의 씩씩함이 두드러진다.

‘올란타이 땀보’ 가기전에 잠깐 쉬어간 휴게소 같은 곳에서 내려다 본 주름진 고산의 능선들…

‘마추 픽추’가는 기차 속에서 잉카의 러브 스토리를 공연하는 승무원들…

기차 창을 통해 본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안데스의 고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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