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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Oct 15. 2024

 태양의 제국 심장 ‘쿠스코’로..

해발 고도 3400m 고산 도시, 잉카제국의 수도

 비행기에서 내려 본 안데스 산맥은 산주름위로 하얀색 붓으로 간간이 덧칠해 둔 것 같은 구름이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며 신비감을 더했다. 1시간 30분 정도를 비행하여 드디어 잉카의 심장에 도착했다. 양쪽으로 우뚝 솟은 산줄기 사이의 골짜기에 펼쳐진 비행장 모습만으로 쿠스코의 고도를 짐작케 했다. 해발 3400미터, 백두산 보다도 800m 높은 공중의 도시, 잉카 제국의 수도, 수없이 많은 수식어를 붙여 볼수록 점점 더 신비감에 빠져 들게 하는 도시일 뿐이었다. 우리는 오후에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올란타이 땀보’로 가서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마추픽추’ 바로 아랫동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간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였기에 ’ 쿠스코‘의 명소들을 돌아볼 충분한 시간이 된다. 어제저녁에 검색해 둔 것을 바탕으로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을 둘러보고, 유명한 12각 돌을 찾아 보고서 ‘삭사이우아망(Sacsayhuaman)’을 둘러볼 계획이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볼 목적으로 급히 전화기를 꺼내 들고 아르마스 광장을 찍고 우버를 불렀다. 역시나 아르마스 광장 이름 그대로 정복자들이 그들의 흔적을 여실히 남겨 두었다. 페루는 리마, 쿠스코 그리고 몇몇 도시들 마다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아르마스’는 스페인어로 ‘무기’라는 뜻으로 마을 중앙에 자리하며 정복자들이 원주민을 교화하고 복종시키기 위해서 성당을 세우고 그들을 지배하고자 했단다. 영락없이 쿠스코도 유럽식 고풍스러운 성당이 광장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12각 돌을 찾기 위해 광장 옆으로 나있는 미로 같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잉카의 것과 유럽식 건축이 혼합된 것 같은 단층 또는 2층 건물들이 도열해 있고 길바닥은 자연석 돌로 포장되어 있다. 미로 같은 거리를 헤집고 들어가 우리는 드디어 12각 돌을 발견했다. 화강암 표면의 매끈함과 모서리의 정교함, 더불어 종이 한 장도 들어갈 틈이 없는 정교한 석축술까지…‘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표현 외에 다른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맞은편에는 스페인제국 정복자들이 세운 석축이 있는데, 한눈에 봐도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쿠스코는 잉카 제국의 수도였기에 정복자에게 저항한 잉카인들의 역사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매년 6월이면 ‘태양의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잉카인들의 군사적 종교적 요새이자 정복자를 물리치고자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장소 ‘삭사이우아망’을 가기로 했다. 우버를 불러 도착한 그곳! 끝없이 펼쳐진 광장을 중심으로 잉카 문명의 상징 ‘석조 건축술‘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 언덕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렇게 쌓인 거대한 돌언덕 중간쯤에 올라 아래에 펼쳐진 광장을 바라보며 눈을 지그시 감자,  그 시대의 전투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쳐간다. 안데스 산맥을 오르내리며 단련된 잉카의 용사들, 자신들의 위대한 ‘태양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으로 싸우지만 그들의 손에 지워진 것은 단지 ‘청동 무기’뿐이었기에 소수지만 철제 무기에 총까지 무장한 정복자의 군대에게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곳을 버리고 마지막 ‘결사항전’의 장소를 옮긴다. 그곳이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올란타이 땀보‘다. 유적지가 있는 곳의 여행은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부딪히면서, 안내판을 통해서든, 검색을 통해서든 역사를 공부하고 그리고 그 시대를 상상하며 머릿속에 그려보면 3D 영화처럼 뇌리를 스쳐가는 장면들이 최첨단 Vision기기를 이용하는 것 못지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잠시 과거로 돌아갔던 나를 깨워 ‘마추픽추 트레인’ 버스를 타는 쿠스코 중심가로 돌아왔다. 때마침 점심시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K-Food’ 상호가 눈에 띈다. 마음속으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 어떤 계기로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몰라도, 설마 여기 까지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었는다. 한세대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OECD국가로 올라선 국민답게 태양의 제국 수도에도 깃발을 꽂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젊은 친구가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는다. 가장 기본적인 우리의 메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주문해 두고 구독자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유투버라 소개하고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이민 와서 ’리마‘에 살았는데 부모님이 이 가게를 오픈하고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한국 손님이 많이 오냐고 물어보니 10월에서 2월 사이( 그때 이곳은 여름이니까)에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맛도 괜찮았지만 이런 낯선 땅에서 우리의 맛을 취할 수 있다는 감개무량함이 더 혀끝에 남는 느낌이다. 맛있는 점심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우리는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맞은편 터미널로 향했다.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레일(마추픽추 트레인)은 ‘쿠스코’에서 ‘올란타이 땀보’까지 미니 버스로 이동하여 ‘올란타이 땀보’에서 마추픽추 아랫마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기차로 이동한다. 그리고 버스나 도보로 마추픽추로 가게 된다.

쿠스코 12각돌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의 아내
쿠스코 중심가에 자리 잡은 K-FOOD점, 세계 방방곡곡에 자리 잡은 한국인의 저력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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