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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Oct 14. 2024

정복자의 도시 ‘리마’

 정복자의 도시  ‘리마’

몇 시간 되지 않는 비행시간 내내, 나는 저항의 상징 ‘체계바라 ‘와 스페인 정복자에 맞섰지만 결국 정복당하고야 만 위대한 문명의 국가 ’ 잉카‘가 교차하면서 근대와 과거를 오가며 남미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 되지 않는 용량의 나의 뇌를 회전하기에 바빴다.. 그것은 ‘정복에 대한 저항’ 그런 정신 때문인가? ’ 우리 역사 속에 흐르는 동질감‘ 그래서 좀 더 고민하게 되나? 낯설지만 독특하게 느낄 수 있는 동질감? 생소하기도 하지만 묘한 동류의식을 느끼는 감정으로 도착한 그곳!  늦은 밤에 도착한 리마 공항은 그렇게 특별히 낯설지는 않았다. 여느 국제공항처럼 붐비는 출입국 관리소, 이런 모습들은 별차이가 없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스페니시가 낯설 뿐이다.   

낯선 언어의 황당함에 앞서는 것이 ‘ 만국 공동어, ‘Uber’가 있지 않는가? 비록 내가  태어나고 중년이 되기까지 살았던 내 나라에는 통하지 않는 앱이지만, 과감히 예약해 둔 호텔을 찍으려고 했다. 근데 중간에 영어를 좀 하는 아저씨가 ’ 자기가 우버랑 똑같은 금액으로 호텔까지 데려다주겠단다 ‘  늦은 밤, 그리고 세상 물정에  조금 어두운 60대 아재! 그 유혹에 넘어가, 마나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오케이 사인을 던지고 말았다. 어쨌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하였지만 후에 자식들에게 무척 혼났다. 낯선 곳에선 우버를 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리마의 첫 아침은 조금은 우중충하면서도 코끝을 스쳐가는 갯내음 같은 것이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 바닷가에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작은 호텔이었지만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은 깔끔했다.

우리 세대는 낯선 곳을 가면 자기 모습과 닮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오지랖이 좀 넓은 축에 속하는 집사람은 ’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시죠?‘하며 옆자리에 앉은 동양 여자분에게 인사를 전한다. 그러나 한국분이 아니란다. 일본인인데 NGO 모임에 참여하려고 왔다며 조금 후에 한국친구를 만난다고 한다.


아들이 계획해 둔 일정은 하룻밤을 더 지내고 쿠스코를 거쳐 마추픽추로 가는 것이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 동안 알차게 리마를 구경해야 했다. 리마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잉카의 유적이 아니라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유럽풍 건물과 현대적인 관광명소를 구경해야 한다. 마침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가까운 곳이 리마를 검색하면 나오는 바닷가 언덕 위의 도시 풍경이고, 포옹하는 남녀 조각상으로 유명한 미라폴리레스 사랑의 공원이 있었다. 우리의 페루 여행의 최대의 관심사는 잉카 문명과 신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이기에 리마 여행은 조금은 관심이 덜 가는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일정 중에 오후의 동력 페러글라이딩 투어도 있기에 구글 지도를 펴 놓고 동선을 잡았다. 사랑의 공원에서 도보로 얼마 걸리지 않는 리마의 유적지 ‘와카 푸클라나( 이곳은 점토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유적지인데, 위키페디어로 검색해 본 결과 서기 500년~1000년 사이의 ‘와리’ 문명의 유적지라고 한다)‘ ‘와리 문명?‘ 정확하는 모르겠지만 잉카와는 다른 이곳에 살았던 인디언 종족이라는 나름의 추측으로 사실과는 맞는지, 맞지 않는지 모르지만 위키피디아를 바탕으로 정의해 본다.


리마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계 페루인이 대통령을 했을 만큼 ‘일본풍’이 좀 배어 있는 곳이다. 그중에 음식문화로는 ‘사 베체(  생선이나 해산물을 회처럼 얇게 떠 레몬 즙이나 라임 즙, 향신채와 재어 두었다가 먹는 요리)‘가 유명하다. 그러나 아들은 사 베체보다는 더 ’ 회‘다운 요리는 ‘티라디토스(tiraditos)’라고 추천한다. 그리고 유명한 레스토랑 ‘La mar’까지 추천해 준다. 맵에서 조회해 본 결과 정말 가깝다. 걸어서도 가는 짧은 거리다. 어쨌든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리마의 가장 핫 플레이스 리마 광장을 구경하고 페러글라이딩 투어 장소로 돌아오면 된다. 우리가 도착한 레스토랑 ‘La Mar’는 오픈 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내가 카메라를 켜고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호주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께서 거든다. 우리 아들이 정말 좋은 레스토랑이라고 추천해 주었다고 하니 한마디 더 거든다. 자기 팀들은 호주에서 왔는데 매번 올 때마다 이 레스토랑에 온다고… 정말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드디어 레스토랑이 오픈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간다. 레스토랑 테이블은 야외 공간이었고 천정에 그늘막(shade canopy)을 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숨 고를 틈도 없이 손님이 꽉 채워진다. 우리는 아들이 추천한 ‘티라디토스’중 참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Nikkei’와 집사람 메뉴로는 메뉴판에서 다양한 Seafood가 들어 있다는 ’Arrzo Con Mariscos’를 시험 때 대충 찍어 보는 그런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술 좋아하는 나는 곁들여 페루의 전통 칵테일 ‘피스코 샤워’를 주문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는데 이건 ‘대박’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의 입맛은 다른 나라의 음식들이 느끼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데…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우리 입맛 그대로다. ‘티라디토스’는 우리의 회무침 같은 느낌 주었고, 집사람이 주문한 ‘Arrzo Con Mariscos’는 완전히 한국의 해물 볶음 바로 그것이었다. 주꾸미인지 낙지도 들어간… 그리고 ’ 피스코 샤워‘는 우리네 막걸리 맛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든 느낌.. 약간 새콤한 맛이 젊은이 입맛에 맞을 것 같으면서 우리네 막걸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맛이었다. 오늘 점심은 완전히 대성공이었다.


진심으로 행복한 점심을 즐기고 우리는 우버를 불러 리마의 핫. 플레이스 리마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스페인 정복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우버에서 내려 유럽풍 건물의 도심의 상가를 지나 도착한 아르마스 광장! 나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유럽이었지만, 사진으로 보는 유럽의 고도시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아름다움의 감탄사 이전에 ‘정복자의 힘’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우리는 정복자의 힘에 의한 긍정적인 발전, 억압적인 문화에 의한 고유문화의 말살, 이런 류의 토론에 대해 익숙해져 있고, 그리고 시류를 몰고 가려는 정치인들에게는 흘러간 풍류나, 새겨야 할 역사로서의 가치보다는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아름다운 건축물의 모습보다는 힘의 논리를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런 미몽에 젖어 있을 때 우리말 목소리가 들린다. 어린 학생들 단체다. 물어보니 ‘여행 학교’에서 온 단체 여행이다. 중간중간 나이 든 선생님들이 눈에 띈다. ‘여행 학교’? 한국을 떠나 온 지 20년이 넘은 세월이기에 생소한 단어이다. 어쨌든 부강한 나라로 발전한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그리하여 어린 학생들이 여행을 하며 더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본다는 게 뿌듯해지지만, 한편으로는 인솔 선생님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이 풍경을 어떻게 설명해 주실건지가 궁금해진다, 내 나름 마음속에선 최고의 선생님이라 역사적 배경과 새겨야 할 교훈까지 오늘 저녁 모임에서 충분히 설명해 주실 거라 믿지만, 나는 쓸데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 가지 부류의 선생님으로 분류해 본다. 첫 번째, 오늘도 고생했어! 모두들 편히 쉬어! 두 번째, 정복자에게 억압당한 피해의 역사만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선생님, 마지막 세 번째 정복의 역사, 그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과 그로 인해 발전을 가지고 온 긍정적인 측면, 그리고 흘러간 역사의 세세한 분석을 통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갖추어야 할지? 그리고 70여 년 전 가장 최빈국의 나라에서 지금의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과 이 나라와 비교해서 느끼는 점이 무엇인지? 이렇게 오늘 여행을 마무리해 주실 여행학교 선생님이라 생각하며 유명한 대통령궁과 리마 대성당을 둘러보았다. 둘 다 ‘웅장함’ 그 자체였으나 나는 ‘웅장’이란 단어를 쓰기가 괜스레 껄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내내 종교적인 ‘경건함’보다는 정복자의 과시가 느껴졌고, 그리고 그 옛날에는 종교가 정복자의 통치 도구로 이용되었다는 느낌(아직도 그런 나라는 존재하는 것 같지만)이 내내 불편한 무엇으로 내속을 충돌질 했다. 그렇다고 내가 종교가도, 대단한 역사학자나, 사회 평론가도, 그렇다고 유명한 수필가나 여행작가도 아닌, 그저 미국땅으로 이민 와 이십여 년 동안 조그마한 자영업을 운영하다 그만둔 처지이긴 하지만, 나와 집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내가 아닌 내 세대의 대한민국 출신 누군가가 오셔도 비슷한 느낌으로 씁쓰레한 느낌으로 이곳을 둘러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성기의 스페인 문화, 그리고 그들의 정교한 건축술에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음 여정인 동력 페러글라이딩 투어 장소로 향한다.


나는 동호회 활동으로 한국에서 30대 젊은 시절에 3~4회의 페러글라이딩 체험을 해 보았기에 생소하거나 두려운 느낌보다는 리마해안의 풍경에 기대감이 컸지만, 집사람은 첫 페러글라이딩 경험이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동력 페러글라이딩이고 직접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동승하여 조종을 하니 안전하다고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도착한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은 해변가 공터다. 몇몇 팀들의 동력 페러글라이딩이 비행 대기 중이거나, 비행 중이다. 우리를 맞이한 팀은 가족이 운영하는 투어업체인 것 같다. 우리가 투어 연결 업체 viator.com을 통해 예약을 하여 이 투어를 체험하게 됐는데, 남미는  모든 연락이나 소통이 whats app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이 투어업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 앱을 깔아야 했고 익숙하지 않은 앱을 통해 간신히 연락을 하고 겨우 시간을 맞추어 활공장에 도착했다. 1인당 비행시간은 20~30여분,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투자한 만큼 챙겨야 할 것은, 내 코끝을 스쳐가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과, 두 번째 해변 언덕을 끼고 이루어진 리마의 신도시 풍경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태평양의 풍경을 공중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그 두 가지가 아니겠는가? 먼저 집사람이 활공을 시작했다. 동력 페러글라이딩이다 보니 요란한 엔진음이 분위기를 더욱 돋우는 것 같다. 언덕 위의 빌딩과 그 아래 태평양 해안선의 절묘한 조화를 만끽하는 비행이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일 것 같다. 20여분 뒤 집사람이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처음에 두려워하던 것과 달리 시시하단다. 좀 더 스릴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별로 스릴감이 없단다. 그래도 공중에서 본 멋진 풍경은 좋았단다. 그다음은 내 차례, 업체에서 제공한 촬영 카메라를 손에 쥐고 조종사 앞쪽 시트에 착석했다.( 영상 촬영은 옵션인데, 1인당 40 솔을 내고 다음날 고프로계정으로 들어가서 다운로드하면 된다.) 엔진 시동이 걸리고, 대형 선풍기처럼 생긴 프로펠러가 돌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날개가 공중으로 솟아 펼쳐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글라이드 전체가 하늘을 향해 이륙을 시작한다. 나의 첫 페러글라딩 비행은 동승자 없이 혼자 스스로 이륙장을 힘차게 달려 하늘로 솟아오른 것이기에 그 감동과 흥분된 기분은 이룰 말할 수가 없었다. 그 경험에 비할 수가 없지만, 오랜만에 하늘에 치솟아 오른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비행이 조금 지루해질 즈음, 비행사가 조종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며, 롤링을 시작하여 약간의 스릴을 느끼게 해 준다. 태평양 해안선의 부서지는 파도와 언덕 위에 펼쳐진 리마의 도시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이 비행으로 우리는 리마의 전부를 눈에 담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페러글라이딩 경험에 비춰 뭔가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래도 멋진 비행이었고 리마 여행의 멋진 마무리였다.


여행! 사람마다 느낌에 따라 손꼽는 것이 각각 다르고,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지역의 독특한 음식을 맛보는 ‘맛기행’이야말로 여행의 으뜸이 아니겠는가? 페루에 오기 전에 미리 검색해서 알게 된 잉카의 전통 음식 ‘꾸이(기니피그 요리)‘를 꼭 맛보고 싶었다. 물론 ’ 쿠스코’나 ‘올란따이 탐보’ 같은 잉카 문명이 많이 남아 있는 곳에서 먹어 보면 더욱 좋겠지만 일정상 기회가 있을지 명확하지 않기에 리마에서 한번 먹어 보기로 했다. 페러글라이딩 호스트가 추천한 리마에서도 꽤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저녁시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유명세를 타는 것인지 줄을 꽤 서야 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당연히 나는 ‘꾸이’ 요리를 주문했고, 집사람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드디어 대망의 ‘꾸이’ 요리가 당도했다. 기니피그에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낸 요리였는데, 그냥 닭고기 같은 그런 맛이었다. 어쩌면 우리네 어린 시절 뒷마당 구석에 토끼를 키워 단백질을 보충하던 것처럼, 이들도 기니피그로 단백질을 보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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