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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green Jun 04. 2022

2021년 9월

매미


불혹을 넘고

지천명을 넘어

생의 처서도 훨씬 지났는가 싶은데

맑은 하늘 보다가도 찔끔거리는 날이 많아

비워 내야 할  몸속 울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


-'매미" ,김영삼-




"우울증,불안장애,공황장애입니다."


엄마와 똑같은 길을 걷겠구나..

엄마팔자 딸팔자 맞구나...

우리딸,아들은 어쩌지..?

나도 엄마처럼 병원에 입원하고 아이들은 입원수속하러 와

또 쇠창살을 보고 나와같은 삶을 사는건가...


"선생님...사실 저희 엄마가요...

조현병으로 입원중이에요...저도 그렇게되는거에요?"

눈물콧물 범벅이되어 물었다.


"하이고~ 그럴거같았으면 진작에 증상이 나왔겠지요.

절대 그럴일이 없어요.

그동안 xx씨는 정말 열심히 인생살아온 것밖에 없어요.


xx씨 마음에는 여섯살 짜리 아이가 살아요.

하루종일 부모님을 기다리는데

깜깜한 밤이되어도 아무도 안와요.


xx씨는 집안일을 다 해놓으면

엄마가 올까? 싶어서 이일,저일 다해요.

그러면 누가와서 사랑해줄까봐 다 해요.


그런데 아무도 안와요.

깜깜한방에 여섯살 짜리 아이가 혼자 애타게

기다리는거에요. 항상..."



옆에있던 남편은 허공을 응시하며 한숨을짓고

나는 여섯살 아이처럼 그냥 울어댔다.

소리내어 울었다.


 소리내어 우는 와중에도

진료시간 오래쓰면 안된다는 걱정을한다.

나란인간...


이런 상황에 능숙한 선생님께서

말씀을 이어가신다.




"그런데..검사결과를 보면 자기방어수치가 너무 높아요.

신체적으로 과호흡까지나오면 굉장히 불안한건데

자기방어수치가 굉장히 높네요.

괜찮다 괜찮다하며 억누르고 사신것같아요."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읽은 자기계발서가 스쳐지나간다.

다른사람이 될수 있다더니,

이렇게 노력하면 새로운 사람이 된다더니

개뿔.


책 수백권을 읽고

나는 새로운 사람인척,

애초에 본투비 그런사람인척 하고 살았는데

타고난 본성은 바꿀수 없는거였나.



돌이켜보면 항상 그랬다.


어린시절 날키워주시던 할아버지가

내가보는 앞에서 농약을 드시고 쓰러지실때에도,


중,고등학교 교복살 돈이없어

언니가 입던

엉덩이가 다 헤진,

상의,하의가 길이가 짧아

칼로 밑단하나를 다 터 입어도,


도시락 반찬통이

항상 김치와 말라비틀어진 반찬으로

시뻘건 양념때가 지워지지않고

점심시간이 가장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어도,



나는 항상 괜찮다,괜찮다하며

누르고 버텨왔다.



그감정들이 터질때가되어 터져버린것이다.





"진료비 13.500원입니다."


싸다.

그렇게 울고불고 했어도

진료비 싸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나는 참 아이러니하다.



13.500원

시골 어느 투박한 정신과에서

엄마팔자를 닮지는 않지만

어찌할수없는 팔자인지 운명인지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평생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본투비 우울한 인간이라는것도

다시 인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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