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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green
Jun 21. 2022
큰고모는 딸이 없고 아들이 둘이라 그런지
일주일에 서너번은 전화가 온다.
반찬 이야기, 애들얘기 주로 하시다가
얼마전 첫손녀를 보고는
손녀자랑이 넘치신다.
실컷 수다떨고 끊을때즈음,
오늘 작은고모 생일이다~라며 넌지시 이야기하신다.
오늘 전화의 목적은 작은고모한테 전화하란 이야기구나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고모~오늘 생일이라메~ 미역국은?"
"내가 끼리(끓여)먹었지~"
"그래. 자식들,며느리한테 국타령 하면 안되여!!"
"니한테 하도 교육받아서 안그래여~"
"오늘은 생일인데 안 쉬어?"
"쉬기는~야이~지금도 현장나와 일해여~"
하이고, 나이도 많은데
이땡볕에 아직도 일을 하시다니,
한참을 이야기나누다
다시한번 더 생신축하한다고 고모를 부르는데,
"고모!!!...
근데 왜 눈물이 나지..
고모.그냥 다 고마워, 알지?"
마음 여린 고모의 목소리도 떨린다.
에어컨 설치 일을 멈추고 고모는 또 울고있을거다.
우리 고모들은 참 좋은 어른들이다.
엄마아빠가 이혼하고
할머니집에서 지내던 5년 남짓한 시간동안
작은고모는 소풍날이면
과자와 음료수를 두봉지 가득 담아
김밥재료도 빠뜨리지않고
동네 두부장수 아저씨 차에 실어보냈다.
그러면 나는 소풍날,
할머니가 싸준 김밥과
고모가 사준 과자로
나도 엄마가 있는척
빵꾸난 스타킹에
색이 맞지도않는 옷을 입고서
한껏 신이나 투스텝으로 언덕길을 올랐다.
큰고모는 방학때마다
언니와 나를 고모가 사는곳으로 불러다
남의집 아기를 봐주고 번 돈으로
시장표 부르뎅 운동화를 낡을때까지 신던 조카에게
랜드로바 가죽 새빨간 아동화를 한치수 큰걸 사주셨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날에는,
버스에 언니와 나를 둘이 태우고서
기사님께 꼭 그곳까지 안전하게 잘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고모는 버스문이 닫힐때면
늘 울고있었다.
새엄마, 아빠와 같이 살게된 후,
우연찮게 작은고모부의 사업을
또 같은 지역에서 하게되어
곁에서 고모의 돌봄을 받게 되었다.
중학생,
극도로 불안했던 시기에
작은고모는 아이들 소풍가기 전날이면
내가 생각이 났나보다.
"내일 애들 소풍가여.
김밥쌀테니까 내일 학교가기전에 들러서
김밥먹고가."
그 말이 참 좋았다.
일곱시,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
상가 2층 주택 철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러면 고모는 언제 준비를 다 해놨는지
내가오는 소리에 김밥을 두줄 돌돌 만다.
계란 지단이 무지 크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럽다.
고모부와 두 사촌동생이 조용히 잠들어있고
고모와 나는
그 새벽에 마주앉아 있다.
나는 조용히 김밥을 우걱우걱씹고,
고모는 요즘 사는게 어떤지,
엄마와 아빠와 사이는 어떤지,
조용히 묻는다.
어떤때는
나를 사랑담은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어른이 있다는게
너무 좋아서
김밥을 먹다가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서
몸이, 마음이 지친다 싶으면
김밥을 싼다.
그때 고요한 새벽공기
나를 바라봐 주던 고모의 눈빛이
너무나 따스해서 그리운모양인지
지쳐있는 요즈음,
자주 김밥을 싼다.
계란지단을 그때처럼 크게 만들고
시할머님께서 농사지은
참기름 반통을 때려넣어
아파트 복도까지 꼬수운 냄새가 날정도로
아주 따수운 김밥을 싸말아 먹는다.
하나 하나 입에 씹으며
생각에 잠긴다.
나는 우리 고모들 같은 어른이 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