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집콕 커피

드립 커피와 삼베 커피필터

by 햇살바람


내 아이 호야를 위한 제로 웨이스터가 되기로 다짐한 지 3개월째. 그동안 나름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중 하나가 커피를 마실 때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전에는 주로 밖에서 커피를 사 마셨기 때문에 텀블러를 챙기는 것으로 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지출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지만 달달한 커피는 아기 엄마인 나에게 그날을 버티게 해주는 위로였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이면 텀블러를 가져가는 것에 소소한 뿌듯함을 느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따뜻한 커피를 오래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집콕 커피로 바꾼 건 연초에 이사를 하면서부터다. 마침 이사한 집 앞에는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는 카페가 없어서 나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로 했다. 드립 커피는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는 데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는 듯 보였다.


이사 후 곧 커피 원두와 드립 커피 용품을 구입했다. 원체 미니멀리즘 기질이 있어서 드립 커피 용품은 최소한으로 구입했다. 원두를 갈 때 쓰는 커피밀과 커피를 내릴 때 쓰는 깔때기 모양의 드리퍼, 그리고 삼베 커피필터, 이렇게 3개가 전부다. 드립 주전자나 드립 서버는 사지 않았다. 컵 하나를 드립 서버 대신 사용하고, 전기포트에 있는 물을 바로 부어서 커피를 내리면 되니까. 최소한의 물건만 사용할 때 생활이 간소해지는 느낌이 좋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버릴 물건도 줄어든다.


삼베 커피필터.


드립 커피 자체가 새로운 경험은 아니었지만 삼베 커피필터는 새로운 시도였다. 삼베 커피필터는 매번 쓰레기가 나오는 종이 필터 대용으로 나온 친환경 제품이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대신(물론 삼베 필터도 3개월 주기로 갈아줘야 한다) 약간의 수고로움이 생겼다. 종이 필터는 쓰고 나서 버리면 그만이지만 삼베 필터는 커피가루를 툭툭 털어 버린 다음, 손으로 조물조물 빨아서 말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커피필터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려면 대체로 번거로운 일을 감수해야 한다. 일회용이라는 것이 본래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생겨난 것이니 일회용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그만큼 손이 더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런 일들이 귀찮게 느껴지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지나친 편리함을 누리고 살아온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침이면 커피밀에 커피콩을 몇 숟갈 담고 드륵드륵 커피를 간다. 옆에 앉아서 구경하던 호야가 자기도 돌려보고 싶은지 팔을 뻗는다. 드리퍼에 커피 가루를 담고 뜨거운 물을 몇 차례 붓자 커피빵이 뽕긋 생기면서 부드러운 커피 향이 가득 퍼졌다. 완벽한 순간이다.


종이필터 쓰레기가 나오면 얼마나 나오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작은 것부터 정성스럽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일은 나에겐 작은 성취이고 기쁨이다. 작은 쓰레기를 줄이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더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시간.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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