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좀 닦아

안 닦을 거야

by 다보일

저는 갓생러입니다

아침마다 꼭 화장을 합니다 지각하지도 않습니다 주말 하루는 책을 읽고 시답잖은 시도 씁니다 혼자서도 밥을 잘 먹고 사진도 잘 찍습니다 술도 잘 마시지 않고 릴스도 많이 보지 않습니다


자고 일어나

아무 데나 놓은 안경을

아무렇게나 안경을 집어 쓰니

오늘

제 안경알은 더럽습니다


안경 좀 닦으라는 핀잔이 개기름처럼 쌓였을 때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더 늘려 안경을 닦습니다


거울 속에 안경이 있고

안경 속에 제가 있습니다

안경알이 너무 깨끗해서

제가 너무 잘 보입니다

민낯으로 늦게까지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주말 하루는 책을 냄비받침으로 쓰고 썼던 시를 지우고 혼자라 두 끼를 굶고 사진도 안 찍고 소주 한 병을 꺼내 릴스를 켠 제가요


안경알은 깨끗한데

눈앞은 부예집니다


생각하고 애쓰고 게워내다 힘에 부쳐서

그냥 안경알에 지문을 마구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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