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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Jun 08. 2021

엄마와의 추억 2

엄마는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고기를 볶으면 프라이팬째 그대로 식탁에 올리기 일쑤였다. 우리에게 늘 “프라인팬 그대로 올려놔야 식지 않는다”라는 변명을 하셨다. 아빠는 엄마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했다. 요리는 맛도 좋아야하지만 모양도 예뻐야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엄마가 아무렇게나 상을 차리면 아빠는 늘 불만이 많았다.  

개성이 고향이라 만두를 즐겨 만드셨다. 부추만두나 김치만두를 잔뜩 만들어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먹곤 했다. 아빠는 옆에서 만두피를 만들고 엄마는 부지런히 만두를 빚었다. 나는 엄마 생각이 나면 만두피를 사서 가끔 빚는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만두를 아주 좋아한다. 

엄마는 독서를 아주 좋아했다. 두꺼운 소설책을 읽다가 낮에 마루에 누워 낮잠을 즐기곤 하셨다. <빨간 머리앤>을 매우 좋아하셔서 드라마를 여러 번 보셨다. <작은 아씨들>의 조를 참 좋아하셨다. 

나도 엄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명작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 소설들은 나의 정서에 큰 바탕을 이루었다. 아름다운 가족애와 우정을 다룬 소설을 읽는 것이 늘 즐거웠다. 

젊었을 때는 등산과 수영을 즐겨 하셨다. 아빠와 북한산 대남문을 주말마다 다니셨다. 그런데 65세 이후부터 몸이 안 좋아서 운동을 쉬셨다. 그 때부터 부쩍 늙으신 거 같다. 

개성 만월 초등학교 친구들과 40년이 넘게 매달 식사모임을 하셨다. 오랜 친구들은 마치 자매와 같다. 한달에 한번씩 압구정동에 있는 식당에 모여 3~4시간 수다를 떤다. 가족 이야기, 건강 걱정,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신다. 


작년에 아빠가 입원하신 후론 아빠를 간호하느라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신다. 종종 엄마 친구들이 엄마네 집에 놀러와서 식사를 하고 간다. 

허리 수술을 두번이나 받았다. 한번은 협착증으로, 한번은 허리뼈가 부러져서… 70대 이후부터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셨다. 처음에는 수술을 받는 것을 겁내셨다. 엄마 친구분 중 한분이 허리 수술을 받고 나중에 몸 안에 박은 나사못이 녹슬어서 크게 고생을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엄마를 차근차근 설득해나갔다. 엄마는 아산 병원에서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년 전에 크게 넘어져서 허리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또 수술을 받았다. 

허리 통증이 근래에는 많이 나아졌다. 요즘은 허리 아프다는 이야기를 별로 안 하신다. 걸음걸이가 느리긴 하지만 산책을 매우 좋아하신다.  이제는 우리 집 근처 지리에도 익숙해지셔서 혼자 산책을 즐기신다. 

<아침마당>, <6시 내고향>, <우리말 겨루기>, <노래가 좋아>의 애청자. 그 때 만큼은 손녀들에게도 채널 양보란 없다 �� 저녁 6시에는 으레 손녀들도 할머니에게 채널을 양보한다. 김재원 아나운서와 가수 장윤정, 박현빈, 판소리하는 남상일, 박애리의 팬이시다. 

엄마에 대한 소소한 기록을 남기니 나도 행복해진다. 여러분도 “엄마”에 대한 글을 써보세요~      

대학 시절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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