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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Jun 15. 2021

아빠와의 추억 5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이었다. 아빠는 3달 정도 회사를 쉬신 적이 있었다. 천성이 부지런한 아빠는 나를 데리고 산에 자주 가셨다. 산에서 싸리나무 가지를 모아 마당쇠가 사용할 법한 긴 빗자루를 만드셨다  


하루는 산에서 크게 다친 적도 있다. 타이어를 땅에 반쯤 묻어놓은 것이 있었다  아빠는 타이어 위에 누워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데 그만 실수로 미끄러져 목을 다쳤다. 아빠는 다행히 산에서 무사히 내려왔다.


  아빠는 회사를 쉬는 동안 마당 한 구석에 오골계, 꿩, 토끼, 오리를 키웠다. 작은 동물 농장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어릴 적에 각종 가축을 원없이 봤다. 오골계는 가끔 백숙으로 먹었는데 새까만 닭고기가 싫어서 잘 먹지 않았다  


아빠는 석달만에 구직에 성공했다. 새 직장을 얻은 날, 우연히 엄마는 명동 길거리에서 아빠를 만났다고 한다  아빠는 두 팔을 휘저으며 자랑스럽게 명동 한복판을 걷고 계셨다.


아빠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우리 형제에게 장난감이나 옷을 사준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손녀들에겐 달랐다. 나의 딸들이 사달라고 하면 아빠는 웃으며 각종 장난감을 사주었다.


내가 둘째를 낳고 기진맥진해 있을 때, 첫째 아이는 유치원이 끝나면 종종 외갓집에서 놀았다. 아이는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집 앞의 다이소에 놀러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각종 중국제 조잡한 장난감을 사왔다  

큰 아이 첫영성체 날


 손녀들이 병원 놀이, 학교놀이, 소꼽놀이를 하자고 하면 늘 오케이였다. 외할머니는 주로 간식을 챙겨주고, 씻겨주는 역할을 하면 외할아버지는 함께 놀아주는 사람이었다. 두 분은 노년에 손녀들을 보는 일을 같이 하며 매우 즐거워하셨다  


 친정 부모님과 나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아침에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 때면 늘 집 앞에 나와서 아이들의 등원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셨다  


저녁 식사는 우리 집에 와서 하셨다. 엄마는 당뇨를 앓고 계셔서 입맛을 잃었다. 요리 하는 것을 힘들어하셨다. 나는 6년 정도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은 아니지만, 6인분을 매일 만드는 것은 꽤 수고로운 일이긴 했다. 덕분에 두 분은 건강을 유지하셨다고 믿는다


가끔 함께 여행을 하기도 했다. 부산, 안동, 단양, 제주도를 함께 여행했다. 이제는 보행 자체가 힘드셔서 같이 여행하긴 힘들다.  아쉬운 부분이다.


아빠의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신력이 강한 아빠는 재활 치료를 잘 받고 있는 모양이다. 어서 빨리 퇴원하셔서 전처롬 엄마와 집에서 편안히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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