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비애
도대체 피아니스트는 왜! 독주회를 할 때 외워서 쳐야 하는 거지?
다른 악기, 예를 들어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룻 등은 독주회를 할 때 악보를 외우지 않아도 된다. 피아노를 제외한 악기들은 무반주 곡이 아닌 이상 대부분 피아노 반주를 동반 하므로 피아노 반주와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보면대에 악보를 놓고 독주회를 한다.
그러나 피아니스트들은 생으로! 악보를 외워서 연주해야 한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갖고 있는 불만일 것이다. 1시간 반 정도의 레퍼토리를 외우려면 작품마다 다르지만 대략 악보를 100장은 훌쩍 넘게 많으면 수백장씩 외어야한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들과 달리 오른손 왼손이 다른 선율을 연주한다. 따라서 악보도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를 모두 쓰는 큰 보표를 쓰고 훨씬 복잡한 편이다.
그런데 악보를 외워서 쳐야 한다니 피아니스트들이 독주회를 앞두고 겪는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나는 예고를 다닐 때 실기시험이나 연주수업을 준비할 때 악보를 많이 쳐서 무식하게 몸으로 외우는 편이었다. 소리로 외우거나 악보 자체를 사진처럼 머리로 외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칫 잘못해서 무대공포증으로 떨기라도 하면 다 잊어버릴 까봐 나는 그저 많이 쳐서 내 몸에 익혀놓아야 안심이 되었다.
내 주위에는 아직도 피아노 독주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나는 독주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의 푸념을 들을 때
“그냥 악보 보고 쳐. 리히터(20세기 거장인 러시아 피아니스트)도 악보보고 쳤대자나.”
하고 농담삼아 위로하면
“그건 리히터라 먹히는 거야. 내가 악보보고 독주회하면 웃음거리 돼”
하면서 고 3 못지 않는 열정으로 악보를 외운다.
피아노 독주회는 꼭 악보를 외워서 쳐야 하는 관행은 19세기 유럽의 아이돌 스타였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리스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다른 악기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는 암보로 연주한다.
오늘의 나의 결론!
피아노 말고 다른 악기가 더 쉽다는 얘기는 결코 아님!
피아노는 건반 누르면 소리라도 나지.
어린이가 바이올린 지판에 스티커를 붙여가며 계이름 위치를 외워서 쇳소리가 아닌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내려면 얼마나 노력해야하는지 어린이 바이올린 콩쿨 반주하며 옆에서 생생히 보았다.
또한 트럼펫이나 플룻, 클라리넷은 초보자가 처음 불면 소리도 안 난다. 관악기를 소리내는 일은 리코더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각 악기마다 애로 사항이 다 있고 다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피아노는 워낙 많은 작곡가가 작품을 남겨 평생 공부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레퍼토리가 많고 독주회는 꼭 외워서 해야하는 관행이 있어 참 힘들다.
그냥 피아노 독주회도 몇곡은 악보보고 하면 안 될까? 현대곡은 너무 복잡해서 악보를 보는 것을 허용하는데, 고전이나 낭만도 너무 긴 작품은 악보보고 하면 좋겠다.
아래 동영상은 악보를 보며 쇼팽 연습곡을 전곡 연주하는 리히터! 쇼팽 연습곡은 실기시험이나 입시에 단골로 나오는 난곡이다. 이걸 전곡 (24곡) 연주하는 것도 대단한데(보통 실기시험이나 입시에는 1곡만 나온다) 당당히 악보보고 연주하는 것도 멋지다!
https://youtu.be/4etQPsY-2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