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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밤하늘

어린 날의 마음이 두고 간 따뜻한 흔적

by 클래식한게 좋아


어린 날의 나는

늘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햇살이 저물고,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켜질 즈음,

앞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검푸른 하늘 위로 별들이 고요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때의 별은,

단순히 반짝이는 불빛이 아니었습니다.

나만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친구 같았고,

어떤 날은 내 마음속 비밀을 들어주는 벗 같았습니다.


별빛을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소원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었지요.

내일도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

학교 가는 길의 들꽃이 그대로 피어 있기를,

아끼는 연필이 쉽게 닳지 않기를.


사소하고 어린 마음의 소원들이

별빛에 스며들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곤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때처럼 밤마다 별을 세지 않게 되었지만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린 날의 내가 빌던 작은 기도들이

아직도 별빛 사이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별빛이란,

멀리 있는 불빛이 아니라

어린 날의 마음이 두고 간 따뜻한 흔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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