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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한게 좋아 Aug 07. 2024

라디오 사연을 보내던 밤

책상에 스탠드를 켜고 앉아


어린 시절, 제 방 한 구석에는 언제나 작은 라디오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라디오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빛났습니다. 빛을 바라보며 자주 책상에 앉아 사연을 적곤 했지요. 제 목소리 대신, 글로써 세상에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처음으로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던 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이었는데, 사연을 보내고 나서 매일 밤 라디오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제 이야기가 읽힐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귀를 기울이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했지요. 혹시라도 사연이 소개될까, 작은 소리라도 놓칠까 봐 숨죽이며 들었습니다. 사연이 읽히지 않더라도 괜찮았습니다. 그 기다림 자체가 저에게는 크나큰 즐거움이었거든요.


그렇게 기다리던 어느 날, 라디오 속에서 사연이 흘러나오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심장이 크게 뛰고,  꿈을 꾸는 듯했어요. 내 이야기가 저 멀리,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따뜻한 목소리로 읽히는 글은,  마음을 조용히 품어주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은 밤하늘의 별처럼 어린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사연을 적었던 시간들은 저에게 작은 용기를 내는 것, 그리고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주었지요. 무엇보다도, 일상 속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마음 한편에 따뜻하게 남아 지금도 저를 미소 짓게 하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풀벌레 소리와 스탠드 불빛, 라디오 사연을 보내던 그 밤들은 언제나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안겨줍니다. 학창 시절의 그 아련한 추억들은 삶의 한 부분으로, 언제까지나  마음속에서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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