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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한게 좋아 Aug 07. 2024

퇴근길에 만난 따뜻한 인연

할머니를 추억하며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루의 피로를 안고 집으로 향하던 중, 한 할머니가 길모퉁이에서 망설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엇인가 도움이 필요한 듯 보였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할머니께 다가갔습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묻자 할머니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답하셨습니다.  

" 집을 찾지 못하겠구나.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인데, 방향을 잃고 말았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얼마나 불안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도와드려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할머니의 설명을 듣고 주소를 대충 유추해 보았습니다. 휴대전화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그곳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할머니, 제가 모셔다 드릴게 요. 함께 가요.”

손을 내밀자 할머니는 감사한 표정으로 손을 잡으셨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니는 자주 산책을 하시는데, 오늘은 갑자기 방향 감각을 잃고 길을 잃어버리셨다고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살던 동네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걷던 길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를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셔서 먼 길을 가실 때마다 제 손을 꼭 잡고 동행을 부탁하셨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할머니는 손을 꼭 잡고 “너와 함께 가니 든든하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제가 할머니를 지켜드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런 추억이 지금도 제 마음속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길을 걸었고, 마침내 할머니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는 깊은 감사의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고맙구나, 덕분에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어.  착한 젊은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저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할머니, 제가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집에 도착한 시간은 늦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습니다. 평소에는 빨리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지만, 오늘은 타인을 돕는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할머니의 미소와 감사의 말씀이 제 마음을 채워주었습니다.


 오늘 집에 도착한 시간은 늦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더 큰 행복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퇴근길에 우연히 만난 인연이었지만, 그 인연 덕분에 제가 더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타인을 돕는 일은 결국 자신을 위한 일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의 경험을 가슴 깊이 새기며, 앞으로도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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