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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한게 좋아 Aug 10. 2024

열네 번째 미션-고등어와 갈치의 수영대결

과연 승자는

해가 바다 위로 천천히 떠오르며 은빛 물결이 찰랑이는 아침이었다. 사무실에서 졸음과 싸우고 있던 나에게 갑작스럽게 전화벨이 울렸다.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더니, 상대방은 다름 아닌 문어였다. 문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탐정님, 큰일 났습니다! 고등어와 갈치가 서로 누가 더 빠른지 다투다가 수영 대결을 벌이기로 했어요. 공정한 심판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는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했다. 고등어와 갈치의 수영 대결이라니, 이건 또 무슨 엉뚱한 일인가? 그렇지만 나, 탐정은 이미 다양한 사건을 겪어왔으니, 이런 의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바다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하니, 바닷속 모든 생명체가 모여들어 구경꾼이 되어 있었다. 문어가 한쪽에서 긴 다리를 흔들며 나를 맞이했다. "탐정님! 여기가 바로 대결 현장입니다!"


고등어와 갈치가 출발선에 서 있었다. 고등어는 비늘을 반짝이며 "내가 이기면 오늘부터 너희들이 나를 '고등어 왕'이라고 불러야 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갈치도 지지 않고 날카로운 은빛 몸을 쭉 펴며 "네가 왕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 내가 이 바다의 진짜 속도왕이 될 거야!"라고 외쳤다.


나는 그들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자, 자, 싸우지 말고 공정하게 시합을 하도록 하자. 규칙은 간단해. 저기 보이는 산호초까지 먼저 도착하는 쪽이 이기는 거야!"


출발 신호를 주자마자, 고등어와 갈치는 물살을 가르며 동시에 출발했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문어는 다리를 휘저으며 "고등어가 이길 거야!"라고 외쳤고, 옆에 있던 새우 떼는 "갈치가 최고지!"라고 맞받아쳤다.


처음에는 고등어가 속도를 냈다. 그 특유의 빠르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물속을 날아다니는 듯했다. 고등어는 갈치를 보며 웃으며 외쳤다. "이거 봐라! 너는 절대 나를 따라잡을 수 없을걸!"


그러나 갈치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은빛 몸을 날카롭게 펴며 속도를 올렸다. 갈치는 길쭉한 몸을 이용해 물을 쭉쭉 헤치고 나아갔다. 점점 속도가 붙으며 고등어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갈치는 머릿속으로 '이제 곧 이길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고등어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돌고래 무리 쪽으로 튀어갔다. 갈치가 어리둥절해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길을 잃은 거냐?"


고등어는 돌고래 무리 사이에서 도약을 하며 갈치를 비웃었다. "내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잠시만 기다려라."


그 순간, 돌고래 한 마리가 고등어를 쫓아 물 밖으로 튀어 오르더니, 고등어를 등 위로 던졌다! 고등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돌고래 위에 올라타, 단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돌고래는 고등어를 태운 채 빠른 속도로 물을 가르고, 고등어는 거기서 손을 흔들며 갈치에게 외쳤다. "안녕~ 갈치야! 나는 이제 바다의 제왕이 된다고!"


갈치는 그런 고등어를 보고 어처구니없어하며 소리쳤다. "이건 반칙이야! 고등어가 아니라 돌고래가 경주를 하고 있잖아!"


그렇지만 고등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호초를 향해 내달렸다. 관중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문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리를 감싸 안고 바닥을 구르며 외쳤다. "이건 예술이야! 고등어가 이겼다고 해야 할지, 돌고래가 이겼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결국, 고등어는 돌고래의 도움으로 산호초에 먼저 도착했다. 갈치는 숨을 헐떡이며 뒤늦게 도착해 분통을 터뜨렸다. "이건 말도 안 돼! 돌고래를 타고 오다니, 그게 규칙 위반이라고!"


하지만 고등어는 웃으며 말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게 더 중요한 법이지!"


문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고등어와 돌고래 연합입니다!"


바닷속 모든 생물들은 큰 웃음을 터뜨리며 이번 대결을 즐겼다. 갈치는 화가 났지만,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등어에게 말했다. "너 정말 교활한 녀석이야. 다음번엔 내가 꼭 이길 거야!"


나는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이런 사건도 있는가 하면, 다음번 의뢰는 또 어떤 재미난 일로 나를 찾아올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생각했다. "고등어와 갈치의 대결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웃음거리로 남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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