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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한게 좋아 Aug 21. 2024

열다섯 번째 의뢰-스파이를 잡아주세요

세계 최고의 도시락가게

평화로운 오후였다. 탐정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가롭게 신문을 읽고 있던 중,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내 책상 앞에 섰다.


"탐정님! 큰일 났습니다! 스파이를 잡아주세요!" 그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살짝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스파이라니, 이 시대에 그런 게 있긴 한가요? 뭐, 흥미롭네요. 자세히 이야기해 보세요."


그는 급하게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저는 '세계 최고의 도시락 가게'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우리 신메뉴의 레시피가 계속 유출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스파이 짓을 하고 있어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도시락 가게에서 스파이요? 아주 흥미로운데요. 그럼, 제가 직접 가서 조사해 보죠."


그렇게 나는 '세계 최고의 도시락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주방 안에서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지만, 뭔가 꺼림칙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치 모든 직원이 서로를 의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가게 주인인 의뢰인 나를 주방으로 안내하며 속삭였다. "탐정님, 여기 있는 모든 직원이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누가 진짜 스파이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어요."


나는 주방을 둘러보며, 직원 하나하나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 가게의 모든 직원들과 얘기해 보죠."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주방의 수석 요리사, 김치현 씨였다. 그는 도마 위에 김치를 썰고 있었는데, 어딘가 비밀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김치현 씨, 요즘 가게의 비밀 레시피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내가 물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저는 이 가게에서 10년 넘게 일했습니다. 레시피는 제 손으로 직접 개발한 것들이에요. 누가 유출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할 일은 아닙니다."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주방 보조, 장마늘 씨였다. 그는 계속해서 마늘을 까고 있었는데, 그 표정은 무언가 찝찝한 듯 보였다.


"장마늘 씨, 혹시 요즘 가게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신 적 있나요?" 내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실, 어젯밤에 주방에 누가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분명히 문을 닫았는데, 이상하게도 불이 켜져 있었죠."


나는 점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서빙을 담당하는 젊은 여성, 빠른 씨였다. 그녀는 테이블 사이를 빠르게 돌아다니며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손 빠른 씨, 혹시 최근에 가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느끼신 적 있나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탐정님, 저는 그저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서빙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요. 누가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건 전혀 모릅니다."


며칠간의 조사 끝에 나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스파이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사실, 이 가게에서 레시피가 유출된 이유는 다름 아닌 주인 자신 때문이었다. 그는 가게의 홍보를 위해 새로운 레시피를 sns에 조금씩 공개하며 관심을 끌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경쟁사에  시피를 이용한 것이다.


주방에서 밤에 불이 켜져 있었던 이유는 김치현 씨가 레시피 연구를 하다가 깜빡하고 불을 끄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장마늘 씨는 그걸 보고 누군가 스파이 짓을 하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의 진범은 가게의 과도한 홍보 전략과 주방 요리사의 자신의 실수로 밝혀졌다.


나는 의뢰에게 모든 사실을 설명했다. 의뢰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웃음 터뜨렸다.


결국 가게 주인은 직원들에게 해명하고, 더욱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한 셈이 되었다.


탐정으로서의 내 열다섯 번째 의뢰는 이렇게 어이없고 웃음 가득한 결말로 끝을 맺었다. 세상은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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