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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한게 좋아 Aug 15. 2024

백색소음

세탁기 소리가 들려오는 오후

휴일을 보내며 세탁기 소리가 들려오는 오후,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집안 가득 퍼지는 세탁기 소리는 무언가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백색소음 중에서도 세탁기 소리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소리 속에 숨겨진  작은 위로와 안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탁기 소리는 일정한 리듬을 타고, 그 속에서   자장가를 듣는 듯한 편안함을 느낍니다. 한 번, 두 번, 돌고 도는 그 소리 속에 내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 곁에서 장난치던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납니다. 세탁기 소리는 그 시절의 평온함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소중한 추억의 조각입니다.


지금도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그때의 순수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집안일을 하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세탁기 소리는 나를 감싸주는 작은 요정의 속삭임처럼 느껴집니다. 소리는 말없이 내 곁에서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고, 나를 다시 일상으로 이끌어줍니다.


 세탁기 안에서 옷들이 서로 부딪히고, 물살에 몸을 맡기며 깨끗해지는 과정을 듣고 있노라면, 나 또한 그 소리 속에서 마음의 때를 벗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합니다. 세탁기 소리는 내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깨우며, 그 속에 숨겨진 작은 기쁨을 발견하게 합니다. 일상 속의 작은 마법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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